기준금리 2.5%로 인하
한은마저 저성장 기조를 인정한 셈이다. 현재 한국 수출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견조할 수 있지만 자동차, 철강,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13대 주력산업 중 9개 산업에서 수출 실적이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간 수출은 전년 대비 2.1% 감소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내수도 민간소비·건설투자·설비투자 등이 모두 부진하며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간소비는 전년대비 1.0% 성장세에 그치고 건설투자는 지난해 마이너스 3.0%를 기록한 부진이 올해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한은의 성장률 전망에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그동안 내우외환의 위기에 봉착한 한국 경제가 올해 1%대 성장률 달성이 버거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기관들은 이미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을 크게 낮췄다. 한국개발연구원과 산업연구원 등 국책기관도 1% 안팎의 경제전망을 내놓으며 내수 불황 장기화와 수출 침체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4월 금통위 기자간담회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볼 때 2월 전망 시나리오는 너무 낙관적"이라며 "성장률이 상당히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분기 성장률 마이너스에 미국 관세부과로 인한 2분기 수출 위축까지 경기하방 리스크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도 연 2.75%에서 2.5%로 0.25%p 인하했다. 지난 2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금리인하다. 내수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관세정책으로 수출까지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자 통화정책 완화에 속도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 침체 신호가 뚜렷하다는 점이 한은의 금리인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성장률(-0.246%)이 전망치(+0.2%)에 크게 미치지 못하며 0%대 저성장 우려가 높아진데 다 2월 전망보다 트럼프 관세 범위와 강도가 세졌기 때문이다.
지난 금통위 직전 1480원을 넘나들며 금리 인하 발목을 잡던 환율은 최근 1300원 후반으로 내려왔다. 1분기 가계 빚도 2조8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쳐 증가폭이 축소됐다.
전문가들과 시장은 한은이 0%대 저성장 기조 탈출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해 하반기 한 두차례 기준금리를 더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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