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정치박박] 탄핵할 수 있는 권력, 탄핵 불가능한 권력

입력: 2025-05-28 21:18 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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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적 처세술 이재명, 변화 의문
검증날엔 "극단적", 보수·경제론 반쪽
성역화는 선명…김문수는 '尹 그림자'
계몽령·음모론 엉긴 채 민심앞에 꼿꼿
'쿠데타스러움' 편승…신뢰·원칙 없어
비관적인 대선, 주권자 甲 남을 선택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TV토론회가 열린 5월27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토론회 중계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6·3 대선 마지막 TV토론회까지 지켜봤다. 후보자들의 장점을 비교하길 포기했다. 결국 네거티브가 앞서고, 최선보다 차악 선택으로 치닫는 게 선거판의 생리이지만 선을 넘었다. 포장갈이 후보, 확신범같은 후보, 싸움 붙이는 후보, 검증날을 부러뜨리려는 '입틀막·궤변 경쟁'에 비관만 남게 됐다.

'지지율 박스권'에 갇혔다는 견제에 시달렸지만 박스 크기가 50%를 넘어가는 주자가 있다. 사실상 대관식을 앞뒀는데 안정감은 주지 못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슈뢰딩거의 박스'로 들어가 있다. 관측되기 전까지 50% 확률로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고양이같은, 양자역학 처세술이다.

3차 토론회까지 그는 경쟁자가 곤란한 질문을 하면 "극단적", "시간과 규칙을 지키라"며 흘려보냈다. 자신은 12·3 비상계엄에 "내란종식" 공세를 펼치며 손쉽게 득점해왔다. 5개 재판 리스크엔 "엉터리 조작기소", 성남FC 불법후원금 의혹 재판엔 "증인이 478명"이라며 진실의 부존재에 호소했다.

'중도·보수론'엔 진심이었나. 보수와 17년 거리 둔 윤여준, 유승민 없는 유승민계, 홍준표 없는 홍사모, '친윤 공천' 영남 초선과 개혁신당 이탈자 영입으론 감질난다. 친박(親박근혜) 논객의 지지는 얻었지만 후보는 "촛불을 들어 박근혜 정권 내쫓은"(지난 20일 파주 유세) 무용담을 빼놓지 않는다.

선출된 후보가 직을 던져 '국민의힘보다 못한 당원민주주의'라 진보당원이 자조할 때, 이 후보는 "아, 후보 안 나가신대요? 감사하다"고 넘겼다. 수년 전 원두값만 가리킨 커피 원가 120원 발언, 호텔경제론은 성역이다. 재정의 '승수효과'를 말하며 '구축효과'엔 함구하고 "바보들"을 꾸짖은 게 선명하다.

'선거법 유죄취지 파기환송' 이후 190석이 뒷받침하는 대법원장 보복성 청문회, 특검·탄핵론과 사법개변 입법도 전례없다. 대통령 불소추특권이 진행 중인 재판엔 해당 없다는 헌법 84조 해석 다수설에 균열을 내고, 대통령 연임제 개헌 공약 후 '국민의 뜻'으로 헌법 128조 2항 변경 여지를 두기도 했다.

12·3 비상계엄 위헌으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5월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공개 관람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돈 PD, 윤 전 대통령,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 [연합뉴스]

불과 2~3주간 불투명함이 이 후보의 변화의 증거로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게 비교우위가 생기지도 않는다. 그는 '최악의 대통령'을 경신한 윤석열의 그림자에 머무르고 있다. 토론회 3차까지 '윤석열과 단절하겠냐'는 질문에 '탈당했으니 단절할 게 없다'는 논점이탈로 버텼다.

평당원으로 전락한 자를 출당·제명하긴커녕 탈당 요구조차 입에 올리지 못했다. 선거캠프엔 '계몽령' 운운하며 계엄옹호 선동해온 특정 목회자의 추종·이해관계자가 넘친다. 국회의원들과 '윤어게인' 장외 선동으로 어울리고 좌표찍기 댓글 논란을 빚던 단체 대표가 마약 혐의로 적발돼도 무감각하다.

김 후보는 애초 장관 시절 '계엄 선포 국무회의' 자리에만 없었을 뿐, 국회 본회의 현장에서 정부 차원의 사과를 홀로 거부한 자체로 민심 우롱이었다. '꼿꼿 문수'는 미담이 아니라 괴담에 가깝다. 집권당 대표까지 체포하려 한 계엄의 진짜 저의엔 모르쇠한 채 '야당 탓'과 '대통령 복귀 기원'으로 일관했다.

고작 107석 정당에서 유린당한 정당민주주의, 김 후보는 원칙없이 달면 삼킬 뿐이다. 친윤(親윤석열) 비대위 인사들이 '본선 후보등록 전 단일화'를 빙자한 후보 바꿔치기 의도를 노골화해도 '김덕수', '을지문덕'을 내세웠다. 캠프를 수차례 갈아탄 친윤 반동파와 뒤섞였다가, 후보 선출되자 단일화를 등졌다.

대통령에 권한대행까지 탄핵소추하면 내란이라던 친윤계가, 대행 총리직을 던진 한덕수를 새벽 입당과 단독 입후보로 옹립하려 한 게 그 다음이다. 말 한마디로 선대위를 해체하던 윤석열과 다른 당무우선권 내로남불, 선출된 대선후보를 취소시키려던 비선출 조직 쿠데타는 김 후보가 자초한 면도 크다.

계엄 못잖게 보수를 흔든 당내 친위쿠데타는 형식적 절차일 줄 알았던 전당원 투표에 멈춰섰다. 김 후보는 가담자들을 전부 후퇴시키고, 모든 '쿠데타스러움'과 결별을 선언할 명분이 충분했다. 그러나 당 안팎 '유권자 눈높이'를 걷어찼다. 계엄·후보찬탈 미수 세력을 붙들고, 대안세력 한동훈계를 백안시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의 향수를 못 버려, 제도권 정당이라면 당연할 사전투표 참여까지 '고심 끝 발표'했다. 패배하려고 작정했냐는 빈축만 사는 이유다. '만에 하나' 김문수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비선 국정농단, 비상계엄 사태로 자폭한 윤석열만큼이나 큰 실책으로 단명할 것 같다. 그만큼이나 신뢰가 없다.

계엄 즉시 "어떤 경우의 수가 됐든 손해 볼 것 없는 선거"란 계산하에 대권에 도전했다는 후보 캠프도 있다. 국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다. 오만뿐인 대리인들의 진영논리가 주권자 국민을 누르고 갑질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낙관 요소가 없다. '어느 권력이 더 탄핵하기 쉬울지, 가능한지'나 봐야 하는지.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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