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대규모 인력 감축 여파가 나타나면서 신약 승인 절차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일부 품목의 심사 지연과 반려 사례가 발생한 가운데 26일 관련 제약 기업들은 향후 FDA의 심사 속도와 승인 일정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대적인 연방 인력 축소 캠페인의 일환으로 3500명의 FDA 직원 감축을 단행했다.
이는 전체 조직의 19%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번 해고 대상에는 의약품과 백신, 의료기기, 식품, 수의학 및 담배 제품을 감독하는 검사관이나 신제품의 신청서 기록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을 비롯해 주요 부서 고위 과학자가 포함됐다. 이같은 대규모 감원에 신약 승인 절차가 지연될 것이라는 등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키움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88개 제약바이오 업체를 대상으로 FDA 구조조정 시행 후 17일 이내 발생한 영향에 대해 묻자 절반 이상이 "실질적인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FDA의 대량 해고가 야기할 신약 승인 지연을 크게 걱정한다고 대답한 기업은 67%에 달했다.
실제로 올 4월 한 달 간 FDA의 신물질신약(NME) 승인은 4건으로 나타났다. 올해들어 누적 승인은 총 10건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5건에 비해 5건이 줄었다.
더욱이 4월에 승인된 3건의 신약은 모두 '희귀질환 치료제'로 이번 구조조정 이전부터 대부분의 심사 절차가 진행돼왔다. 따라서 최근 인력 감축 조치가 신약 심사에 더 큰 영향을 줄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신약 심사가 지연되거나 반려된 사례는 있다. 노바백스의 단백질 기반 코로나19 백신의 기존 승인 예정일은 올해 4월 1일이었으나, 심사가 지연돼 5월 17일 조건부 승인이 완료됐다.
이뮤니티바이오는 올 1월 FDA가 방광암 신약 패키지 제출에 만장 일치로 승인을 지지했으나, 이달 초 갑작스럽게 반려를 통보받았다.
국내 기업의 피해 사례도 있다. 인공지능(AI) 의료 기업 뷰노는 현재 AI 기반 심정지 예측 솔루션인 '뷰노메드 딥카스'의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2023년 딥카스는 FDA로부터 혁신의료기기(BDD) 지정을 받은 후 지난해 FDA 승인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뷰노에 따르면 모든 서류를 제출했으나 FDA의 인력 감축 등으로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 기업 중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제품이 다수 있어 이번 인력 감축이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HK이노엔은 2026년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 '케이캡'의 미국 진출을 목표로 올 하반기 중 FDA에 신약허가신청을 할 계획인데 제 때 심사가 이뤄질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텍이 개발하고 있는 신약 중 FDA 승인 예정 품목이 있지만, 제형 변경 위주 제품은 비교적 수월한 승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