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완전히 미쳤다"(absolutely CRAZY)는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힐난했다. 포로 교환이 이뤄지고 있는 등 평화협상 분위기에서 러시아가 공습 고삐를 조인 데 대한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수도 키이우와 동부전선 등에 이번 전쟁에서 최대 규모의 드론 공습을 퍼부었다. 러시아는 공격용 드론 300대, 미사일 70발을 발사했다. 어린이를 포함한 최소 12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블라디미르 푸틴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그에게 무언가 일이 일어났다"며 "그는 불필요하게 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 19일 푸틴과 전화통화를 하는 등 종전협상을 벌이고 있는 자신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를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의 영토적 탐욕을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그가 그것을 원한다면(우크라이나 전체를 원한다면) 러시아의 몰락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게 되면 전쟁은 전면전으로 나아갈 것이고 미국은 더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백악관으로 향하는 전용기 탑승 전 기자들에게 "새로운 제재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만 해도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는 종전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19일 푸틴과 통화한 후에도 이 점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번 러시아의 공습으로 입장이 선회했을 수 있다.
추가 제재 방안은 러시아의 돈줄인 석유 등 자원 수출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조치들이 거론된다. 유럽연합(EU)은 앞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50달러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했다. 러시아의 재정 수입에 타격을 가하려는 조치다.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에 대해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아울러 러시아가 다른 나라 선박으로 위장해 자국산 원유의 원산지를 숨기고 수출하는 데 쓰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을 더욱 적극적으로 적발하고 제재 대상을 늘리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석유, 가스, 우라늄 등 다른 천연자원을 러시아로부터 구입하는 국가들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2차 제재' 방안도 미국 의회에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사우스캐롤라이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에 대해 "이번 만행은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며 "중국의 지원이 없다면 푸틴의 전쟁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가스를 계속 수입하고 전쟁 물자로 전용될 수 있는 제품을 러시아로 수출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그레이엄 의원과 민주당 소속 리처드 블루먼솔(코네티컷) 상원의원은 러시아의 원유와 우라늄 등을 구매하는 국가의 미국 수출품에 50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통과가 유력하다. 큰 파장이 예상되는 법안이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정치권과 서방의 푸틴 대통령에 대한 원성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도 거부권을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규화기자 david@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