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예방 백신은 미국을 비롯해 여러 해외 가이드라인에서도 접종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RSV백신은 1회 접종으로 최소 2년의 장기 면역효과가 나타납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4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RSV 감염증 백신 '아렉스비' 국내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고령 환자에서 중증도 예방 효과가 94% 정도 유지되는 만큼 백신 접종 효과가 높다"며 RSV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RSV 감염증은 코로나19, 인플루엔자 등과 함께 법정 4급 감염병에 속하는 급성 호흡기 감염병이다. 독감 만큼 전염성이 강하고,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에서는 중증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국GSK는 RSV 감염증 백신인 '아렉스비'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RSV 감염증의 질병 현황과 아렉스비의 임상 결과를 공유했다.
문지용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RSV 감염증으로 입원한 65세 이상 성인의 56.8%에서 폐렴이 발생했고 10.6%가 사망했다"며 "또한 RSV감염증으로 입원한 환자의 약 25%는 퇴원후에도 재입원을하고, 약 8%는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기저질환을 동반한 경우 RSV 감염으로 인한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 RSV로 입원한 60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기저 질환자 중 심부전 환자는 38.6%,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는 35.4%, 천식환자는 28.6%로 조사됐으며, 이들 중 입원기간 동안 증상이 악화된 비율은 각각 38%, 80%, 50%로 나타났다.
문 교수는 "이렇게 높은 질병부담에도, (국내에서) RSV 감염증에 대한 인지도가 미비하고 감별 검사도 잘 시행되지 않아 RSV 감염증의 질병 부담은 과소평가 돼 왔다"면서 "현재로서는 대증요법 외에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RSV 감염증은 신생아, 영유아를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유행됐는데, 최근에는 아이들뿐아니라 노인들에게도 상당히 부담이 되는 질환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산후조리원에서 집단 발병하듯이 요양원이나 시설에서도 여러명이 감염돼 중환자실로 입원하는 경우를 사례를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치료제가 없다보니, 과거에는 앓다가 회복되면 낫겠다고 생각했지만, 노인은 사망하는 사례가 있어 예방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아렉스비 임상 연구결과에 대해 "한 가지 이상 동반 질환이 있는 60세 이상 성인의 RSV에 의한 하기도 질환 예방 효과는 94.6%였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백신이 활용되고 있는 미국에서는 2023~2024 절기 아렉스비 접종 시 60세 이상 성인의 RSV 관련 입원 환자에 대한 백신 효과가 83%였다"고 했다. 미국 예방접종자문위원회는 이런 예방 효과를 토대로 60~74세 고위험군과 75세 이상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RSV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이 교수는 "임상시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에서는 고령층의 예방접종을 적극 권고하기 시작했고, 그 외 여러 지침에서도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렉스비는 지난해 12월 60세 이상 성인에서 RSV로 인한 하기도 질환(LRTD) 예방을 목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고 이달 말 출시를 앞두고 있다. 마우리치오 보르가타 한국 GSK 대표는 "아렉스비는 국내 60세 이상 성인·기저질환자에게 RSV 감염증 예방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출시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14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한국GSK의 '아렉스비 출시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GSK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