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공지능(AI) 랠리에 올라타지 못했던 원익IPS가 올해 낸드플래시를 통해 실적 반등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메모리 기업들이 앞다퉈 고단수(적층) 낸드플래시 기술개발을 가속 중이고, 범용 낸드 가격도 다시 뛴 영향이다.
3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낸드플래시 장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48% 성장한 140억달러(20조4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미국 마이크론,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일본 키옥시아 등 주요 메모리 기업이 낸드플래시 단수를 높이며 공정 전환에 나선 점이 관련 장비 수요를 끌어올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낸드플래시는 단수를 높게 쌓을수록 칩 용량이 늘고,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적합해진다.
주요 기업들이 낸드 공정 전환을 위해 감산에 나선 점은 범용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보다 5.29% 오른 2.2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월 반등한 뒤 2개월 연속 오름세다. 반면 범용 D램 제품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3개월째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한 반도체 장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열풍이 불면서 D램 수요가 늘었는데, 올해는 낸드 쪽에서 수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낸드 가격 상승세는 2분기 이후 더 도드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업황 변화는 원익IPS에 특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익IPS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낸드 장비 비중은 타 반도체 장비 제조사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원익IPS는 삼성전자를 최대 고객사로 두고 있는데, 지난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향 HBM3E 공급에 어려움을 겪어 인공지능(AI) 열풍에 올라타지 못했다. 이 영향에 원익IPS는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연간 영업이익은 100억원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경쟁사 주성엔지니어링이 SK하이닉스 HBM 공급망에 합류해 9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린 점을 고려하면 다소 낮은 수치다.
증권가에선 낸드 경기 반등이 원익IPS에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최근 원익IPS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836억원으로 상향했다. 이는 한달 전인 1월 말 예상치(761억원)에 비해 개선된 수치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메모리 기업들의) 생산라인 전환 투자는 과거 대비 더 많은 장비 투입이 이뤄져 매출이 증가하고, 기존 라인에 장비를 공급한 원익IPS에 유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