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악화를 우려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한차례 인하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기대감에 휩싸였다. 특히 토지거래허가 구역이 해제된 데 이어 금리 부담까지 낮아지면서 서울 강남 부동산은 한파가 덮친 시장에서 홀로 열기를 띠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5일 기준 금리를 현재 연 3%에서 2.75%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기준금리가 2%대에 진입한 것은 2년 4개월 만이다. 한은은 작년 10월, 11월 기준금리를 0.25%p씩 두 차례 인하한 후 지난달에는 높은 환율 부담을 이유로 금리를 동결했다. 우리 기준금리가 2%대를 기록한 건 2022년 10월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통상 기준금리 인하는 자금 조달 부담 감소를 뜻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선 호재로 작용한다. 그렇지만 지난해 10월과 11월에는 연이은 인하에도 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 기조 때문에 그 효과는 적었다. 버티던 서울 부동산 가갹도 꺾이는듯 했다.
그러던 중 이달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서울 일부 토지거래허가 구역이 해제된 이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던 것이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 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 구역이 해제된 지난 12일부터 20일까지 강남 3구의 아파트 평균 거래 가격은 24억5139만원으로 해제 전인 1~11일(22억6969만원)보다 8.0% 올랐다.
같은 기간 강남 3구를 제외한 나머지 22구의 평균 거래 가격은 9억1859만원으로 2.6%(2462만원) 하락했다. 서울 전체 평균 거래가는 11억1828만원으로 1.6%(1773만원) 떨어졌다.
토지거래허가 구역 해제로 잠실·삼성·대치·청담 일대에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가 가능해지면서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기준금리까지 낮아지면서 최근 토지거래허가 규제가 풀린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추가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출금리 영향을 많이 받는 중상급지까지도 분위기를 탈 가능성이 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에 유동성이 증가하고 조였던 대출 금리도 다소 진정되면서, 지금처럼 강남권 등 상급지 위주의 가격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대출로 주로 매입자금을 마련해 금리 영향을 많이 받는 중산층 지역 마용성(마포·용산·성동)까지도 훈기가 옮겨갈 수 잇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과거 금리 인하기에 부동산 시장 전반이 상승세를 탔다면, 이제는 수요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시장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상승세가 전체 시장으로 확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외 수출과 내수 등 경기와 소비가 모두 위축되고 있어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토허제 해제 인근 지역의 동반 상승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지방은 미분양 문제가 심각할 정도로, 시장 전반으로의 온기 확산은 제한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의 월 거래량은 예년보다 낮은 3000건 안팎에 머물렀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