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세계 모델' 개발 위해 새로운 팀 구축
오픈 AI도 소라로 세계 모델 '한발짝'
젠슨 황 "피지컬 AI는 차세대 물결"
오픈 AI도 소라로 세계 모델 '한발짝'
젠슨 황 "피지컬 AI는 차세대 물결"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의 무대가 거대언어모델(LLM)에서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는 '세계 모델(World Model)'로 옮겨가고 있다. 오픈AI가 동영상 생성 AI '소라(Sora)'로 물리적 시뮬레이션의 포문을 연 뒤 구글까지 합세하며 세계 모델을 향한 빅테크들의 경쟁에 불을 지폈다. AI가 물리적 환경을 이해하고 예측하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세계 모델과 고도화된 물리AI를 정복하는 기업이 로봇 시장까지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에 대한 빅테크의 투자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모델' 선도한다…구글 새로운 팀 가동
6일(현지시간) 테크크런치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물리적 세계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AI 모델 개발을 위해 새로운 팀을 구성하고 있다. 새로운 팀은 오픈AI에서 비디오 생성기 '소라' 개발에 참여한 바 있는 팀 브룩스 연구원이 이끌 것으로 알려졌다. 팀 브룩스는 지난해 10월 오픈AI를 나와 구글 AI 연구 조직인 구글 딥마인드에 합류했다.
브룩스가 이끄는 팀은 구글의 기존 AI 프로젝트인 '제미나이(Gemini)', '비오(Veo)', '지니(Genie)'와 협력하며 물리적 세계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모델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제미나이는 이미지 분석과 텍스트 생성 등 멀티모달 AI 기술을 대표하는 구글의 주력 모델이다. 비오는 동영상 생성 AI, 지니는 실시간 3D 환경 시뮬레이션을 통해 세계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브룩스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딥마인드는 세상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대규모 생성 모델을 개발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이 목표를 위해 함께 할 팀원을 모집 중이다. 영상 및 멀티모달 데이터를 확장하는 작업은 AGI(인공지능 일반화)로 나아가는 데 핵심적인 단계"라고 강조했다.
◇우리도 뒤쳐지지 않는다…빅테크 경쟁 가속
물리적 시뮬레이션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제시한 빅테크는 오픈AI다. 오픈AI는 동영상 생성 AI '소라'를 통해 AI가 물리적 세계를 가상 환경에서 시뮬레이션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소라는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입력을 기반으로 최대 1분 길이의 고화질 영상을 생성할 수 있으며, 카메라 움직임에 따라 등장인물과 물체의 위치를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등 현실적인 장면을 재현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또 그림을 그리는 붓질이 캔버스에 남는 모습이나 음식을 먹는 장면에서 흔적을 남기는 등 간단한 물리적 상호작용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특히 소라는 단순히 비디오를 생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물리적 세계의 작동 방식을 내부적으로 이해하도록 설계됐다. 오픈AI에 따르면 이러한 세계 모델은 물체와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시뮬레이션하며, 사용자의 텍스트 입력에 따라 실제와 유사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오픈AI는 "소라는 현실을 이해하고 시뮬레이션하는 AI의 기반 역할을 하며,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모델 개발의 중요한 단계"라며 "비디오 생성 모델을 확장하는 것이 물리적 세계를 위한 범용 시뮬레이터 구축의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설명했다.
오픈AI는 자체 휴머노이드 로봇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지컬 인텔리전스 외에도 로봇 스타트업인 x1, 피규어 AI 등에 투자했다. 피규어 AI와는 로봇 연구개발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xAI도 세계모델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xAI는 자율주행차와 인간형 로봇 개발에 필요한 AI 모델을 연구하며, 물리적 세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이를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xAI는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기술과 연계해 물리적 환경에서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AI가 현실 세계에서 더욱 정교한 예측과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AI, AGI로 진화해 휴머노이드로 체화한다
세계모델은 물리세계 및 가상 세계의 구조, 동작, 규칙을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AI 모델이다. 이 모델은 환경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하거나 생성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AI 연구자인 데이비드 하(David Ha)와 위르겐 슈미드후버(Jurgen Schmidhuber)는 야구 선수의 예를 통해 세계 모델의 개념을 설명했다. 선수는 공이 날아오는 방향을 보고 배트를 휘두르는 결정을 내리는데, 이는 시각적 신호가 뇌에 도달하는 시간보다 몇 밀리초 빠르게 이루어진다. 선수들이 시속 100마일의 빠른 공을 맞출 수 있는 이유는 공의 궤적을 본능적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다.
두 연구자는 "프로 선수들에게 이 모든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며 "그들의 근육은 내부 모델의 예측에 따라 자동으로 적절한 시간과 위치에서 배트를 휘두른다. 이들은 가능한 시나리오를 의식적으로 계획하지 않고도 미래를 예측하고 즉각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지컬 AI를 만들기 위해 세계모델은 반드시 필요한 기술인 셈이다. 기존의 생성형 AI는 텍스트(문자) 기반 데이터를 학습한 덕에 생성 성능을 고도화할 수 있었지만 피지컬 AI는 자체적으로 물리적 형태를 갖춘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외부의 환경을 데이터로 가공해 학습 등에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도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행사 기조연설에서 AI가 로봇, 자율주행 등 일상에 스며드는 것을 물리AI라고 정의하며 이를 "차세대 물결"이라고 강조했다.
AI가 학습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단순 작업을 넘어서, 창고 정리나 공사장에서의 제조 작업까지 수행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사람이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알아서 운전하는 자율주행 기술 현실화도 AI를 통해 빨라진다. 젠슨 황은 물리AI의 부가가치가 50조달러(7경258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빅테크들이 AI의 수익화에 전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세계모델은 피지컬 AI의 고도화와 로봇 시장 선점을 위한 필수적인 기술로 꼽힌다.
세계 모델을 개발 중인 페이페이 리 스탠포드대학교 교수는 "세계 모델은 AI 능력을 언어 중심적 이해를 넘어 자연과 물리 세계, 우주까지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며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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