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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의 이슈잇슈]화장실서 용변보고 나왔더니 낯선 남자가 `딱`…공용화장실 공포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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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의 이슈잇슈]화장실서 용변보고 나왔더니 낯선 남자가 `딱`…공용화장실 공포 여전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일대에서 서울여성회 등 주최로 열린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8주기 추모행동에 추모공간이 마련됐다.<연합뉴스>

서울 강남역 인근 주점 건물 공용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이 벌어진 지 8년이 흘렀지만 이 일대는 여전히 '범죄의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후 지자체들이 화장실 성별 분리 지원 사업을 벌였지만 8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강남역 인근 상가 건물에는 성별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공용 화장실이 적잖이 남아 있다.

지난 24일 오후 방문한 강남역 10번 출구. 지하철역을 빠져나가기 전 공중화장실을 들러보고 깜짝 놀랐다. 여자 화장실 출입문이 따로 없고 개방된 구조라서 접근이 너무나도 쉬우며 내부도 훤히 들여다보였다. 범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여성 이용객들의 모습에서 불쾌감이나 불안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범죄 사각지대에서 안전불감증이 여전한 모습이다.

남자 화장실 내부도 상황은 비슷했다. 화장실 위쪽은 확 트여 누군가 쉽게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였으며 화장실 바닥도 칸막이도 가려져 있지 않았다. 위급상황 시 필요한 비상벨도 화장실 모든 칸에 설치되어 있지 않고 띄엄띄엄 있었다.

불안감을 가지고 상가 밀집 지역을 찾아가 봤다. 한 건물에 들어가 보니 남녀 화장실 구분은 잘 되어 있었지만 화장실 문이 닫혀 있지 않고 활짝 개방되어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다행히 화장실 바로 앞에 CCTV가 설치되어 있었고 불법 촬영은 금지한다는 경고 문구도 적혀 있어 여자 화장실을 들어간다거나 기웃거리는 수상한 사람과 마주치진 않았다.

이날 돌아본 상가 건물들은 대부분 각종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건물 입구부터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었으며 CCTV가 설치되어 있는 곳들이 많았다. 그러나 정작 유사 사건이 일어나기 쉬운 음식점과 유흥주점이 밀집된 곳에서는 이런 안전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들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박상길의 이슈잇슈]화장실서 용변보고 나왔더니 낯선 남자가 `딱`…공용화장실 공포 여전
강남의 한 상가 건물에 위치한 공용 화장실. 천으로 칸막이가 쳐져 있지만 여자 화장실 내부가 잘 보인다.<박상길 기자>

한 건물의 내부에 마련된 공용 화장실로 들어가 보니 공용 화장실이 커튼으로만 구분되어 있었다. 남자 화장실은 한 칸이었고 나머지 두 칸은 여성 화장실이었는데 두 곳의 거리는 단 몇 걸음 수준으로 아주 가까웠다. 화장실을 남녀가 동시에 이용한다면 서로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구조였다.

이 화장실에는 도움이 필요하면 비상벨을 누르라고 써 있었지만 화장실 문이 닫힌 상태에서 범죄가 일어난다면 쉽게 대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이날 돌아본 것처럼 서울 시내 화장실은 아직도 안전 사각지대 상태로 방치되는 곳들이 많다. 경찰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범죄는 1만9286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공중화장실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범죄 유형은 '기타범죄'로 6182건이 발생했는데 기타범죄는 성범죄, 스토킹, 불법 촬영, 마약 등이 포함된다. 보이스피싱과 같은 지능범죄(5538건)나 절도(4386건), 폭력(2403건)도 자주 발생했다. 정부는 이 같은 범죄를 줄이기 위해 긴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공중화장실 이용자가 비상벨을 눌러 외부의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 비상벨 설치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이 2021년 7월 개정됐고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작년 7월부터 시행 중이지만 설치 실적은 저조하다.

행안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공중화장실 5만 5876개소 중 비상벨이 설치된 곳은 1만 4178개소로 25.4%에 그쳤다.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22년 성폭력 안전실태 조사'에서는 조사 대상 여성의 51%가 공중화장실 등에서의 성폭력을 걱정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매달 2회씩 각 구에 위치한 화장실 내부를 점검하는 시민 감시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대변기 칸막이 아랫부분은 바닥과 5㎜ 이내로 설치돼야 한다는 공중화장실 시행법 개정안이 심의·의결되는 등 정부와 지자체가 공중화장실 범죄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와 더불어 소규모 개인 화장실까지도 촘촘하게 안전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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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한 음식점 입구에 성범죄 관련 경고 문구가 적혀 있다.<박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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