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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의 서가] `의례 하는 동물`에 대한 인류학적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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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터너
장용규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논설실의 서가] `의례 하는 동물`에 대한 인류학적 통찰
빅터 터너(1920∼1983)는 20세기 후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류학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일생을 의례(ritual)와 상징(symbol) 연구에 전념해 이 분야에서 큰 공헌을 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태어난 그는 런던칼리지에서 시학과 고전을 전공했다. 이후 인류학으로 전향해 맨체스터대학에서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터너는 아프리카 잠비아의 은뎀부(Ndembu) 사회에서 장기간 현지 조사를 했고, 은뎀부 부족사회를 분석하는 여러 편의 책을 펴냈다. 터너의 연구는 인류학뿐만 아니라 종교학, 사회학, 문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인간 사회의 복잡성과 역동성을 이해하는 데 그는 중요한 도구를 제공한 학자였다.

책은 의례 연구를 폭넓게 확장한 터너의 인류학 이론을 요약하고, 의례의 본질과 그 현재적 의미를 살펴본다. 의례의 목적이나 결과 대신 '과정'을 살펴볼 때 알 수 있는 사실, 의례에 쓰이는 상징들이 서로 연결되며 기능하는 방식, '이도 저도 아닌 상태' 즉 과도기적 상태를 뜻하는 의례의 '문지방성'(liminality·리미널리티)이 21세기 현대사회에서 나타나는 사례 등을 서술한다.

'리미널리티'는 문지방을 뜻하는 라틴어 '리멘'(limen)에서 파생된 말이다. 문지방은 방과 방 사이를 구분하는 경계선이다. 문지방을 넘었다는 것은 이전과는 다른 공간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아버지는 문지방 밖에서는 직장인이지만 문지방을 넘어 방에 들어오면 가장이 된다. 즉 의례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인간 존재를 변화시키는 문지방을 형성하는 과정인 것이다.

과학적 합리주의가 지배하는 현대에도 의례는 사라지지 않았다. 인간이 사는 곳에는 반드시 의례가 있다. 독자들은 인간 삶과 늘 한 몸처럼 붙어 있기에 잘 인식되지 않는 의례를 폭넓고 날카롭게 통찰할 수 있을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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