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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김호중, 유죄 피하면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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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김호중, 유죄 피하면 더 문제
김호중은 지난 5월 9일 택시와 충돌한 뒤 달아나고, 그 다음 날인 10일에 17시간 만에 나타나 경찰 조사를 받은 후, 비난과 의혹 보도가 줄을 잇는 가운데에도 다시 그 다음 날인 11일 경기 고양에서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공연을 예정대로 소화했다. 12일에도 공연 무대에 섰다.

그 이후 비난이 더욱 고조됐고 심지어 사고 전 음주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결과까지 나왔다. 그런데도 김호중 측은 음주운전 의혹을 철저히 부인하면서 18∼19일 창원 공연까지 예정대로 치렀다. 이런 것도 정신력이라고 해야 하나?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운 놀라운 행보다.

그렇게 무려 10일 동안 모르쇠로 일관하며 4회 공연까지 치른 김호중이 돌연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했다. 19일 창원 공연을 마친 후 소속사를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저는 음주운전을 하였습니다.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라며 사과했다.

음주운전은 인정했지만 운전자 바꿔치기 관련 내용은 없었다. 김호중이 바꿔치기를 몰랐는지, 알았는지, 적극적으로 가담했는지 등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는 것이다. 이 부분은 향후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김호중이 시인하자 그가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는 보도가 나왔다. 창원 공연 첫날인 18일에 김호중이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모든 죄와 상처는 제가 받겠다"고 말했는데 대부분의 매체들이 이것을 음주운전 부인이라고 보도했다. 그랬기 때문에 바로 다음 날 김호중이 음주운전을 인정하자 갑작스러운 입장 변경이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표현을 음주운전 부인이라고 단정한 것이 무리였다. 물론 보통은 이 표현이 의혹을 부인하는 의미로 쓰이지만, 김호중의 말은 그냥 중립적인 의미에 가까워 보였다. 글자 그대로 '진실이 결국 밝혀질 것'이라는 말을 '유체이탈 화법'식으로 한 것이다. "모든 죄와 상처는 제가 받겠다"는, 진실에 상응하는 벌을 받을 거라는 뜻과 팬에 대한 위로를 함께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의혹이 폭증해도 소속사만 부인했을 뿐 김호중 본인은 침묵했다. 그러다 공연 무대에 섰을 때 어떤 말이든 해야 했다. 그때 정말 억울했으면 부인했을 것이다. 하지만 명확한 부인은 안 했다. 그렇다고 시인도 안 했다. 공연을 앞두고 시인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서 '진실은 밝혀진다'는 원론적인 말만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면 나중에 어떤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김호중은 팬들 앞에서 거짓말을 하지는 않은 것이 된다.



의혹을 확실하게 부인하지 않고 이런 모호한 말만 한 것을 보면 김호중은 창원 첫날 공연에 임할 당시에 이미 음주 사실이 드러날 것에 대한 마음의 대비를 한 것 같다. 그러다 창원 공연을 다 마치고,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며 음주 정황이 뚜렷해지고, 여론이 극심하게 악화되자 결국 공식 시인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구속 가능성도 물론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데 음주운전을 시인했어도 음주운전 유죄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운전했을 당시의 혈중알코올 농도가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죄가 떨어지고 처벌을 받아야 일이 일단락된다. 음주운전을 했다는 데도 유죄가 안 나오면 국민의 머릿속에서 이 이슈가 계속 이어지게 된다.

만약 음주운전 무죄로 결론이 나도 어차피 사고후 미조치 등으로 처벌 받을 때 음주운전 부분까지 가중해서 처벌 받을 것이다. 실질적으론 음주운전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음주운전 무죄가 나오면 음주운전에 대한 명시적 처벌은 없는 것이고 그러면 국민은 처벌을 안 받은 것처럼 느끼게 된다. 죄값을 치르지 않았다는 이미지가 생겨서 정서적 처벌 강도가 더 강해질 수 있고, 법정에서 유죄로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서적 처벌 기한도 장기간 연장될 수 있다.

그러니 김호중은 법정에서 반드시 음주운전 유죄 판결을 받고 처벌까지 완료해야 한다. 그러나 도피하는 바람에 혈중알코올 농도를 특정하지 못해 유죄를 못 받을 위기를 자초한 셈이다. 만약 음주운전 무죄가 나오면 황당 사례로 두고두고 회자되며 오명을 이어갈 것이다.

처음부터 도망치지 않는 게 최선이었다.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의혹을 부인하며 공연까지 완수한 강심장(?) 행보도 오명의 부메랑으로 본인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최악의 사고 대처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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