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순손실 약 319억원 기록
1월 인수 '파페치' 손실 영향도
김범석 "무료배송지 확대할것"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와 테무 등 일명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의 진격에 밀린 쿠팡이 7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미국 월가에서는 이를 쿠팡의 '어닝 쇼크'로 진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 뉴욕증시 상장사인 쿠팡은 올해 1분기 4000만달러(약 531억원·분기 평균 환율 1328.45원 기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보다 절반 이상인 61% 급감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2022년 3분기 첫 분기 흑자 전환 이후 처음이다.
매출은 71억1400만달러(9조4505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해 처음으로 분기 매출 9조원을 돌파했지만,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작년 1분기에는 9085만달러(약 11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는데, 올해 1분기에는 당기순손실 2400만달러(약 319억원)를 기록했다.
올 1월 말 인수를 완료한 명품 플랫폼 '파페치' 사업에서 발생한 손실(1억1300만달러·1501억원,세금제외)을 비롯해 조정 에비타(상각 전 영업이익) 손실이 3100만달러(약 411억원) 발생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파페치의 1분기 매출은 3825억원이었다.
쿠팡이츠, 대만 사업, 파페치 등을 포함한 성장사업 매출은 6억2000만달러(8236억원)로, 전년 동기(1억4200만달러) 대비 4배 이상 늘었지만, 성장사업 투자 가속화와 파페치 통합 등의 영향으로 조정 에비타 손실은 1억8600만달러(247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4745만달러 손실)와 비교해 4배가량 늘었다. 올해 성장 사업의 조정 에비타 손실은 7억5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쿠팡은 예상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에 상품·고객 투자 확대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이날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이용자 급증 현상에 대해 "소비자들이 클릭 하나만으로 다른 쇼핑옵션을 선택하길 주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올해 상품과 고객 투자를 크게 늘리겠다"고 말했다.
중국 커머스 진출로 유통시장에서 소비자 '락인'(가둬두기)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는 만큼, 고객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투자를 전방위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쿠팡이 유료멤버십의 월 요금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기존 회원은 오는 8월중 재가입일부터)한 이후 일주일(4월 13~19일) 간, 테무 신규 설치 건수가 무려 50만건 이상 나오는 등 월 요금 인상에 반발해 중국 이커머스를 대안으로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날 김 의장이 꺼낸 '투자 확대' 공언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물류 투자를 통한 무료배송 확대, 한국에서 만든 제조사 제품의 구매와 판매 확대, 와우 멤버십 혜택 투자 확대 등으로 요약된다. 중소기업을 포함한 국산 제조사 상품의 구매와 판매 규모를 지난해 17조원(130억달러)에서 올해 22조원(160억달러)으로 늘리고, 와우 멤버십 혜택 투자에 지난해(4조원·30억달러)보다 늘어난 약 5조5000억원(40억달러)을 투자할 계획이다.
김 의장은 "향후 몇 년간 수십억 달러의 자본 투자를 지속해 풀필먼트와 물류 인프라를 강화하고 배송 속도를 높이면서 도서산간 지역 등 오지까지 무료배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날 쿠팡의 공시 데이터를 보면, 올해 1분기 기준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55억7400만달러(7조여원)로, 김 의장이 공언한 투자실행을 위해선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총동원하는 것만으론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매출 확대와 빠져나간 순이익을 끌어올려놔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날 공시에서 김 의장이 로켓프레시를 비롯한 프로덕트 커머스 사업 매출 신장세를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1분기 로켓프레시 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판매 수량이 70% 증가했으며, 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 등 프로덕트 커머스 사업의 매출은 1분기에 원화 기준 20%가량 성장했다. 또 프로덕트 커머스의 활성고객당 매출(원화 기준)은 41만8460원(315달러)으로, 전년 대비 3% 늘어났다.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고객은 전년 동기 대비 16% 늘어난 2150만명을 기록했다.
한편 쿠팡의 1분기 당기순이익을 1300억~15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던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쿠팡이 이번에 공시한 실적을 '어닝 쇼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JP모건도 쿠팡이 로켓배송과 로켓그로스의 성장세에 힘입어 1분기에 영업이익 2060억원과 당기순이익 1380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