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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ELS` 배상, 제 식구 먼저 챙긴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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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자율배상 6명 중 3명 해당
일부 임직원 우선배상 등 꼼수도
`홍콩ELS` 배상, 제 식구 먼저 챙긴 은행들
지난 3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홍콩지수ELS피해자모임 회원들이 '대국민 금융사기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중 은행들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에서 발생한고객피해에 대한 자율 배상에 나섰다. 배상 대상에는 이 상품을 판매한 은행의 임직원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불완전 판매를 인정하고 소속 은행원들의 손실을 보전해 준 것이다.

은행들은 손실 배상 범위가 0%부터 시작해 한 푼도 배상안할 수도 있지만 불완전판매가 인정된다면 모든 금융소비자가 배상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전문가인 은행 임직원에게 소속 은행이 배상하는 것은 법과 제도의 범위를 넘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은행에서는 임직원에 대해 우선 배상을 실시한 사실도 드러나 배상 비율을 낮추려는 시도라는 논란도 나온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홍콩ELS 손실 배상금을 받은 고객 수는 50명으로 집계됐다. 배상을 받은 고객은 우리은행이 2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하나은행(13명), KB국민은행(8명), 신한은행(6명) 등 순이다. NH농협은행의 경우 4월 26일 기준으로 배상을 받은 사람이 없다.

문제는 자율 배상 고객 중 자기 은행 임직원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신한은행은 6명을 대상으로 자율배상을 했는데, 이중 3명이 신한은행 임직원이었다. 나머지 1명은 임직원의 가족(배우자)이고, 2명은 일반 소비자였다. 우리은행도 자율배상을 완료한 23명 중 1명이 임직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배상 기준안에 따르면 홍콩 ELS 투자 피해자는 손실액의 0~100% 범위에서 배상을 받게 된다. 이 범위 안에서 불완전판매 정도와 금융 이해도 등에 따라 배상 비율이 결정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 직원이라 할지라도 홍콩 ELS 상품을 다루지 않았더라면 일반 고객과 동일하게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면서 "다만 금감원이 정한 기준에 따라 금융상품 이해능력 등이 높은 은행 직원들은 배상에 있어서 기타 조정요인(-10%p)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같은 입장이다.
임직원에 대한 우선 배상도 논란거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배상 시스템 구축 후 시범 사례로 임직원에 우선 배상을 실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주부터 은행권 중에서 가장 먼저 배상을 실시, 빠른 업무처리가 가능한 사람을 찾다보니 임직원에 우선 배상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고위 인사는 "은행에 배상을 신청한 피해자가 많은 상황에서 은행 임직원에 우선 배상한 것은 도의적인 문제가 있어 보인다. 다만 임직원 배우자의 경우 자기의 돈으로 투자했다면 법적으로 우선 배상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 임직원은 상대적으로 배상 비율이 낮고 쉽게 합의를 볼 수 있다고 보니 우선 배상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금융소비자에 통보되는 배상 비율이 낮아 보이는 착시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오는 13일 판매사를 대상으로 홍콩ELS 불완전판매 대표 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를 연다. 이를 토대로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의 대표 사례 1개씩을 정해 구체적 배상 비율을 확정할 계획이다.

김경렬·이미선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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