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서 압승한 야당이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식의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다음달 처리할 것을 공공연히 밝히면서 국토교통부가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난색이다. 피해자 구제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매년 수조원 수준의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HUG는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보호를 위한 HUG의 역할' 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규현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 관계기관, 전문가 등의 입장에서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토론자로는 △김윤후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김병국 팀장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문희석 처장 (한국자산관리공사 가계기획처) △유승동 교수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최우석 팀장 (HUG 전세사기피해자 경·공매지원센터) △김경선 박사 (HUG 주택도시금융연구원) △이장원 과장 (국토교통부 피해지원총괄과)이 참여했다.
민주당은 지난 2월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본회의로 직회부된 개정안을 다음달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혀왔다. 개정안은 HUG 등이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매입한 후 주택도시기금으로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전세금을 먼저 돌려주고,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보전한다는 '선구제 후회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 중 임차보증금 한도를 3억원에서 5억원으로 높이고, 외국인도 인정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문제는 재원인 주택도시기금이 주택청약통장 가입자와 국민주택채권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재원으로서 이들에게 다시 돌려줘야 하는 부채성 기금이라는 데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금이 채권 매입 재원으로 적정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HUG가 전세보증보험 가입자에 보증금을 먼저 내주고 집주인에게 추후 청구해 받는 대위변제 회수율은 10%대다. 회수하지 못하는 돈은 결국 혈세로 메워야 한다.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잔액)은 지난 2021년 49조원에서 올해 3월 13조9000억원까지 감소했다.
HUG 준법지원처장 김택선 변호사는 개정안 중 '선구제 후회수' 부분에 대한 법리적 검토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의 최저 매입 기준 및 채권 회수 절차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선행되어야 함을 언급했다.
또한 HUG는 실무차원에서 인력과 예산이 훨씬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우석 HUG 전세사기피해자 경공매지원센터 팀장은 "실무적인 접근을 통해 선순위채권 매입비용 외에도 행정비용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전세사기 물건은 등기부등본만 5~6장 넘어갈 만큼 복잡한 권리 관계를 가진 건이 대부분이고, 문제가 됐던 '빌라왕' 사건들의 경우 권리 파악과 체납액 점검을 위해서 전국 국세청과 지자체 조세과에서 관련 자료를 받아 확정일자 시점 등과 일일이 대조하는 업무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토론회 말미에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사회적 논의를 통한 공감대 형성이 선행될 필요가 있으며, 현재 개정안은 공정한 가치평가, 매입절차 등이 불분명해 전문가들과 추가 논의 없이 개정안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혼란만 야기시킬 수 있다"면서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지원도 어려우므로, 채권매입 기준 및 절차 등 핵심내용에 대한 추가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윤희기자 stel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