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이 1.3%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전망치(0.5~0.6%)보다 두배가 넘는 수준으로 2021년 4분기(1.4%)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이다.
기획재정부는 코로나 기간(2020~2021년)을 제외하면 2017년 3분기 이후 4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라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1분기 GDP 성장률은 교과서적인 성장경로로의 복귀"라며 "재정에 의존한 성장이 아닌 '민간 주도 성장'의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3분기 민간의 성장기여도는 전기대비 0.4%에 그쳤고, 4분기에는 0.2%까지 떨어졌으나 올해 1분기 1.3%까지 상승했다.
특히 작년 4분기 순수출과 내수 성장기여도는 각각 1.0%, -0.4%를 기록했으나 민간 내수가 반등하며 1분기에는 각각 0.6%와 0.7%로 집계되면 수출-내수의 '균형 잡힌 회복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런 흐름이 일시적 반등인지 여부에 대해 이 관계자는 "분기별 변동성은 있겠지만 수출 개선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수 회복세도 점차 확대되면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성장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물가 등 민생안정과 함께 경기 회복세가 지속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2.2%) 상향 조정 가능성에 대해 최근 국내외 전망기관들이 한국 경제의 성장 전망치를 상향하는 추세이고, 1분기 실적 호조 등을 감안하면 올해 초 정부 전망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있다.
기재부 측은 "구체적 전망치는 향후 여건변화 등을 종합 고려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발표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수와 관련해 통신기기, 의류, 음식·숙박 등을 중심으로 민간소비 증가세 확대(작년 2분기 -0.1%→올해 1분기 0.8%)로 소비심리가 회복되는 가운데, 향후 가계 실질소득 개선 등으로 민간소비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작년 4분기 1.0%였던 순수출 기여도가 올해 1분기에는 0.6%로 떨어졌다. 기재부는 "1분기 순수출 기여도는 4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낮은 수준이 아니며 견조한 흐름을 지속한 것"이라며 "순수출 기여도가 4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한 시기는 2000년 이후 3번에 불과할 정도로 최근 양호한 개선 흐름이고, 향후에도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동시에 여행·운송 등 서비스 수출 개선 등으로 증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재부 측은 "1분기 건설투자는 전분기 기저효과와 양호한 기상여건, 대단지 아파트 마무리 공사 등으로 크게 증가한 것"이라며 "다만 건설수주 감소 등으로 여전히 건설경기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정부는 건설투자 보완을 위한 정책노력을 지속하겠다"고 설명했다.
설비투자는 전분기 큰 폭 증가(3.3%)에 따른 기저효과와 자동차 수입 감소 등 일시적 요인으로 1분기에 소폭 조정(-0.8%)됐다고 보고있다. 다만 반도체 제조장비 등 기계류 투자는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으니 향후 일시적 요인이 해소되고 반도체 수출 호조가 투자로 파급되면 점차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다.
재정 신속집행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성장기여도(0%)는 낮은 부분에 대해서는 "올해 1분기 정부 성장기여도는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 연초부터 재정 신속집행 등을 통해 선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작년 하반기 정부 기여도(0.4%)가 높았던 기저효과도 감안해야하고, 통상 1분기의 경우 재정집행 준비 등으로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인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실질 GDP에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손익을 합친 '실질 GDI(2.5%)'가 실질 GDP(1.3%)를 큰 폭 상회한 부분에 대해서는 "원자재 등 수입품 가격 하락과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 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이 개선된 영향"이라며 "특히 올해 1분기에는 경기회복과 교역조건 개선이 맞물리며 실질 GDI 증가율(6.4%, 전년동기비)이 8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개선에도 불구하고 고금리가 계속된다면 고금리가 계속된다면 국내 경기에서 굉장히 중요한 섹터 중 하나인 부동산시장의 문제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부동산 PF 초토화됐고, '땜질'로 막는데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가 개선되긴 했지만 결국 반도체 경기가 살아난 것이 결정적"이라면서도 "아직 수면위에 오르지 않은 지방사업장은 정부가 버티기로 유예를 계속해줬지만 언제까지 해줄 수는 없다. 금리가 인하되지 않는다면 결국 건설사, 시행사의 디폴트에 대주단(금융사)에까지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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