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
톰 홀랜드 지음/이종인 옮김/책과함께 펴냄
톰 홀랜드 지음/이종인 옮김/책과함께 펴냄
![[논설실의 서가] 로마는 성공했지만 실패를 늘 두려워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404/2024042502102369660001[1].jpg "[논설실의 서가] 로마는 성공했지만 실패를 늘 두려워했다")
백조는 호수에 고요히 떠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선 다리를 끊임없이 움직인다. 평화의 수면 아래에는 끊임없는 무력 증강과 작은 전투들의 승리가 있다. 평화는 결코평화롭게 오지 않는다. 책은 서기 기원 직후 로마제국이 200년간 전성기를 누린 시기, 그러니까 '팍스 로마나'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한 결과라는 점을 밝힌다.
연속되는 시련들에 맞닥뜨려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로마제국은 최고의 국가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붕괴 위기를 추스르고 평화를 회복한 이때야말로 '팍스 로마나'의 진가가 드러나는 시기였다. 저자는 치밀한 고증을 바탕으로 시공간을 재현한 탁월한 스토리텔러다. 당대 로마인의 관점에서 역사를 있는 그대로 그리려 했다. 로마인의 독특한 습속과 기질을 현장감 있게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팍스 로마나'를 이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로마인들의 관념과 미덕이 있었다. 보통 '팍스 로마나'는 아우구스투스 시대(서기전 27~서기 14)부터 오현제의 마지막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재위 기간(161~180)까지 약 200년간 로마 제국이 지중해 일대에 안정을 가져온 시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시대는 그 중에서 네로 황제의 사망(68)부터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재위기간이 끝나는 시점(138)에 이르는 70여 년이다. 이 시기에는 찬탈과 내전, 외적의 침입과 속주의 반란, 자연재해 등이 겹으로 닥친 때였다. 여러 위기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이를 극복하는 로마인들의 행동이 나타난다.
팍스 로마나의 진정한 의미를 확인하려면, 위기에 빠진 로마제국이 다시 평화를 구축해낸 이 시기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기존 알았던 로마인과 다른 다층적 면모도 만나게 된다. 정복의 결과로 쏟아져 들어오는 세계의 부와 사치를 누리면서도, 그로 인해 번영의 기본 바탕인 상무정신과 정신력이 나약해지는 것에 노심초사하는 모습은 비록 수포로 돌아갔지만 메시지가 강렬하다. 이규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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