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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전투기 충돌해도 멀쩡"… 아날로그 보드판까지 준비 `안전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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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신한울2호기 가보니
울진군 북면서 상업운전 돌입
경북 年 전력 소요 22.5% 담당
사용후핵연료 저장 공간 필요
지난 11일 경북 울진군 북면, 최근 상업운전을 시작한 신한울2호기로 가는 길. 간간이 밭일하는 어른들과 지나가는 차 한두대 정도만이 취재진을 반겼다. 고요한 시골 마을이었다. 조금 더 들어가자, 군대에서나 볼 법한 국방색 페인트와 위장막이 씌어진 감시초소가 눈에 띄었다. 그 너머로 원자력발전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원전 운영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에 출입신청을 하고 수차례 신원 확인을 거쳤다. '가급 국가보안시설' 문구가 붙은 안내소에 신분증을 맡겼다. 신체 일부처럼 가지고 다니던 노트북과 휴대전화도 반납했다. 그제야 임시 출입증이 나왔다. 펜과 공책만 들고 원전 앞에 섰다.

원전의 격납건물은 76.66m로 아파트 27층 높이다. 목을 쭉 빼고 한참을 올려다봐야 했다. 견고해 보이는 외벽 두께는 122㎝다. 주증기배관 등 추가 보강이 필요한 곳은 두께가 197㎝에 달한다. 아파트 외벽 두께가 20~30㎝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6배 이상 더 두껍다.

한수원 관계자는 "미국에서 27t(톤)의 팬텀기를 시속 800㎞로 원전 외벽과 같은 조건의 콘크리트벽에 충돌시킨 적 있었다"며 "그 결과 비행기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지만, 콘크리트 외벽은 5㎝ 정도 손상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공장 이미지를 떠올렸지만 신한울2호기 내부는 깔끔했다. 촌스럽다고 생각한 상아색 페인트는 물·불·방사선으로부터 구조물을 보호하는 '방호도장'이라는 설명이다.

주제어실에는 직원들이 대형정보표시판을 통해 발전소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85평 남짓한 곳에서 11명씩 1개조, 총 6개조가 교대 근무 중이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하지만, 편해 보이지는 않았다. 햇빛도 들지 않는 이곳에서 외식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외출 절차도 까다로울뿐더러, 주변엔 식당도 없다. 이들은 두께 6.7㎝, 무게 346㎏에 달하는 방탄·방화문 안쪽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었다.

주제어실 내 아날로그 보드판에 자꾸 눈이 갔다. 대형 아날로그 게임기처럼 생긴 보드판은 디지털제어반이 고장났을 때를 대비해 백업할 수 있게 마련된 설비다. 볼 수는 없었지만, 주제어실 내에는 원전정지제어실도 있고, 이곳에서 발전소를 안전하게 정지시킬 수 있다고 한수원은 설명했다. 안전을 위한 설계가 돋보였다.

이순범 신한울제1발전소 기술실장은 "발전소 직원 중 발전소가 고장나는 꿈을 꾸지 않은 직원은 없을 것"이라며 "몇십년 동안 발전소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아직도 그런 꿈을 꾸면 식은땀을 흘리면서 깨곤 한다"고 전했다.


전기를 생산하는 곳인 터빈실 입구에는 귀마개가 구비돼 있었다. 원자력발전소는 핵분열을 통해 발생한 열로 증기를 만들고, 증기가 회전날개(터빈)을 회전시켜 전기를 만드는 원리다. 52인치의 터빈 날개가 분당 1800회 회전하며 전기를 만든다. 1초에 30번씩 회전하는 꼴이다. 터빈에서는 엄청난 소리가 났다. 고압터빈에서 저압터빈을 거쳐 발전기까지의 길이도 70m에 달했다.
신한울2호기의 연간 예상 발전량은 1만56GWh(기가와트시)다. 지난해 경북 전력소요량이 4만4601GWh였던 것을 고려하면 경북 전체 연간 전력 소요량의 22.5%를 담당하게 된다. 서울을 두고 비교해도 20% 이상을 담당하는 규모다.

원전에도 문제는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곳이 필요하다. 현재는 원전 내 저장조에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오는 2031년 한울발전소 저장조는 모두 찬다. 저장조에서 충분히 식은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을 마련하는 내용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특별법안'의 제정을 추진 중이나, 저장규모와 확보 시점을 두고 국회 내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사실상 21대 국회에서는 사실상 처리가 무산된 모습이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건식저장시설이 더 안전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온도를 낮추기 위해 각종 전기설비가 들어가는 저장조와 달리, 건식저장시설은 전기설비를 포함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우기자 mw38@dt.co.kr

[르포]"전투기 충돌해도 멀쩡"… 아날로그 보드판까지 준비 `안전담보`
신한울2호기 터빈실 내부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르포]"전투기 충돌해도 멀쩡"… 아날로그 보드판까지 준비 `안전담보`
신한울2호기 주제어실 모습.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르포]"전투기 충돌해도 멀쩡"… 아날로그 보드판까지 준비 `안전담보`
신한울1·2호기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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