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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컬처] 불완전한 삶 무결한 죽음 사이 4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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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사자의 서'
국립무용단, 국립극장서 25일부터 사흘간 공연
김종덕 단장 "취임 첫 안무작, 불교경전서 영감"
3장으로 구성… 망자의 삶·생자 불안감 담아
망자役 조용진·최호종, 혼연일체 춤사위 선봬
[DT컬처] 불완전한 삶 무결한 죽음 사이 49일
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신작 '사자의 서' 기자간담회에서 무용수 조용진(왼쪽부터)과 김종덕 예술감독 겸 단장, 황진아 음악감독, 무용수 최호종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립무용단 제공

국립무용단이 신작 '사자의 서'를 오는 25~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김종덕 예술감독 겸 단장이 지난해 4월 취임한 이후 처음 선보이는 안무작으로 불교 경전 '티베트 사자의 서'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했다. 망자가 49일 동안 이승에서 영혼으로 머물며 느끼는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의 과정에서 죽음을 인식하고 저승으로 건너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단장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망자의 49일 여정이 보여주는 건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일상의 중첩된 결과물'이라는 것"이라며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성찰하고 삶을 재설정하는 과정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작품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적극적인 삶의 태도는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이뤄지는 것 같다"며 "죽음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고, 특히 49재나 3년상 등 이승과 저승을 분리하지 않는 한국 전통의 관점에서 충분히 이해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DT컬처] 불완전한 삶 무결한 죽음 사이 49일
국립무용단 단원들이 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신작 '사자의 서' 기자간담회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국립무용단 제공

안무의 중점은 '움직임의 질감'에 뒀다. 김 단장은 "무용은 신체를 재료로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시공간상의 총체 예술이기 때문에 얼굴의 표정이나 미장센에 의존하지 않고 움직임의 질감을 가지고 작품을 끌고 나가는 데 집중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요즘 무용수는 춤만 추지 않고 안무가, 음악감독 등과 공동 작업을 한다"며 "무용수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의견을 나눠 움직임을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사자의 서'는 총 3장으로 구성된다. 망자가 죽음을 인지한 후 '의식의 바다' '상념의 바다'를 건너 '고요의 바다'에 이르는 여정을 춤으로 빚어낸다. 1장은 망자들이 각자의 위패를 휘두르며 만든 소리와 살아있는 자들의 통곡에 맞춰 불안감과 황망함을 표현한다.

2장은 망자의 회상이 주를 이룬다. 소년기의 천진난만한 장면, 청년기의 사랑과 이별, 장년기의 결혼 등이 파노라마처럼 무대에서 펼쳐진다.

3장에서는 삶에 대한 집착과 욕망을 내려놓은 망자의 마지막 모습이 그려진다.

50여 명 전 단원이 각자의 경험과 감정을 솔로·듀엣·군무 춤사위에 담아 강렬한 에너지를 쏟아낸다. 작품의 중심인 망자 역할은 국립무용단 대표 무용수 조용진과 최호종이 맡았다. 조용진은 죽음을 맞이한 망자를, 최호종은 회상의 망자를 연기한다. 김 단장은 조용진에 대해 "얼굴의 표정보다 몸의 느낌이 훨씬 더 강하고 움직임 자체가 되게 세련됐다"며 "음악에 춤을 설득력 있게 잘 녹여냈다"고 칭찬했다. 최호종에 대해서는 "평소에 되게 얌전한데 신체 언어의 폭발력은 어마어마하다"며 "관객을 휘어잡는 몰입감이 굉장한 무용수"라고 했다.

조용진은 "과거의 망자와 하나의 인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며 "제가 춤출 때와 과거의 망자가 춤출 때 겹치는 동작들이 있다"고 말했다. 최호종도 "통일성을 주려고 조용진 선배와 많이 소통했다"며 "감독님도 틀 안에서 자유롭게 구성하라고 하셔서 창조적인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보탰다.

[DT컬처] 불완전한 삶 무결한 죽음 사이 49일
국립무용단 신작 '사자의 서' 콘셉트 이미지. 국립무용단 제공

음악은 국립무용단 대표 레퍼토리 '산조'의 음악을 작곡한 현대무용가 김재덕이 1·2장, 거문고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활동하는 황진아가 3장을 맡았다. 황진아 음악감독은 "죽음이란 주제가 유추만 해볼 뿐 경험하지 못해 감정선을 잡는 데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다"며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은 것처럼 음악 안에서도 상반된 것들이 어우러지도록 하나의 곡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조용진은 "음악을 들었을 때 저승으로 가는 길이 편안하게 표출됐다"며 "어떤 감정을 내려고 애쓰지 않고 음악에 몸을 맡겼다"고 했다. 최호종은 "2막 음악은 모던하고 전자음으로 구성돼 있어 감정을 쉽사리 넣기 힘들었다"며 "어떻게 하면 회상 속 망자를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조용진 선배의 장면들을 보면서 더 열정적으로 사라질수록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 같아 그렇게 표현했다"고 전했다.

시공간을 초월한 무대 연출을 위해 무대디자이너 이태섭과 조명디자이너 장석영, 영상디자이너 황정남, 의상디자이너 노현주가 뭉쳤다. 무대 바닥부터 양쪽 벽까지 약 20m에 이르는 삼면이 백색으로 채워지고, 장면에 따라 벽이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회전한다. 사후세계를 경험한 이의 기억을 시각화한 죽음의 강 영상이 무대를 채우고,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대형에 따라 빠르게 전환되는 강렬한 빛이 작품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제의적 분위기를 재현한 의상은 전통 복식의 틀을 고수하면서도 치마의 긴 트임과 찢긴 듯한 끝자락 등 파격을 더해 춤의 강렬함과 우아함을 부각시킨다.

박은희 문화전문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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