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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폴리시, 최고 정책전문가가 말한다] `기후지옥` 대응은 시장기능 정상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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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건 K정책플랫폼 기후변화에너지위원장·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K-폴리시, 최고 정책전문가가 말한다] `기후지옥` 대응은 시장기능 정상화부터
극심한 가뭄과 한파, 거대한 태풍과 무시무시한 산불이 지구촌 곳곳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소식이 이제는 더 이상 이변이 아닌,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기후 변화'가 '기후 위기'로 불린 지 얼마 되지 않아 '기후 재앙'이란 말이 등장하였다. 급기야 UN 사무총장은 지난해 말 27차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서 인류가 '기후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 위를 질주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UN 산하 기후변화 연구조직 IPCC가 2018년 인천 송도에서 발표한 1.5°C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시스템의 심각한 위험을 예방하려면 2050년까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 세계적 추세에 맞추어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공약하였으며,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 강화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권 가격은 2020년 초 한 때 4만원대까지 상승하여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하였으나, 최근에 오히려 하락세를 지속하며 세계 주요국 탄소시장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시장으로 부상한 EU 탄소배출권거래제도(ETS) 시장의 탄소 가격에 비해서는 1/8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며, 거래회전율은 1/100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1톤을 줄이면 9000원을 벌 수 있지만 EU에서는 7만2000원을 벌 수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재생에너지, 탄소포집·저장(CCS), 원자력 등 에너지·기후 기술에 10년간 3690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산화탄소 1톤을 포집·저장하면 180 달러의 보조금을 준다. 이러한 인센티브는 시장을 움직이고 기술을 발전시키고 혁신을 일으킨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 의하면 2020년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95.3 달러/MWh인데, 이는 OECD 평균의 2/3, OECD 유럽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더구나 지난 2년간 전기 가격은 OECD가 평균 36.2% 상승한 데 반해 우리나라는 단지 1.0% 증가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가장 큰 나라이며 한 해 수입액이 200조원을 넘는 국가임에도 어떻게 이렇게 싸게 에너지를 쓰고 있으며, 가장 도전적인 감축 목표를 설정했는데 탄소 가격은 이렇게 낮은 것일까? 우리의 에너지와 탄소 시장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 정부는 다른 어느 국가보다도 에너지·탄소 시장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다. 에너지와 탄소의 가격이 시장에서 결정되기 보다는 정부, 더 나아가 정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에너지와 환경과 같은 필수재에 있어 정부의 개입은 필요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시장이 본래의 가격 조절 기능을 못하게 되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기는 어렵다.

또한 제대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누군가는 그 빚을 부담해야 한다. 한국전력의 최근 3년간 누적적자가 50조원에 이르고, 가스공사 미수금(부채)도 16조원에 육박하게 되었다. 미래 세대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저렴한 탄소 배출권과 과도한 전기요금 억제정책은 EU로부터는 탄소관세(CBAM), 미국에서는 전기 보조금 보복관세라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 경제를 공격하고 있다.

이제는 전기와 가스, 탄소의 가격을 지나치게 억누르는 정책은 수정되어야 한다. 가격 변동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정부 개입은 필요하지만, 이것도 시장이 예측가능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시장이 움직일 것이고 기업과 개인의 혁신과 열정이 발휘될 것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최선의 기술은 정치인의 구호가 아니라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고효율 탄소중립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탄소 배출권과 에너지 시장이 정치에서 벗어나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독립성이 보장된 감독기구 설립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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