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한기호의 정치박박] 참사·테러·경호·의료마저… `인간방패` 맛들인 與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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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命 매개로 상대 손발묶는 정치타락
참사 특별법, 거부권유도·총선용 전락
대표 피습에 '기승전 정권탓' 제1야당
대통령 행사장마다 준비된 정치인 난동
"의사가 환자 볼모" 정책부실 뭉갠 정권
신뢰 깨고 개인 위협…호재 착각 말길
[한기호의 정치박박] 참사·테러·경호·의료마저… `인간방패` 맛들인 與野
지난 2023년 10월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하자 강성희(왼쪽) 진보당 의원이 '줄일 건 윤의 임기'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어 항의를 표하고 있다. 강성희 의원은 2024년 1월18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행사에서 전북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윤 대통령과 악수 도중 손을 놓지 않고 정치 구호를 연발하다가 대통령 경호원들에게 강제로 퇴장당하기도 했다.<연합뉴스 사진>

국내 정치가 민간인·약자 희생을 동반하는 전쟁범죄 '인간방패' 전술을 닮아간다. 여야 대치가 해방기 '건국전쟁'에 버금갈 만큼 극단화한 탓일까.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정치공학에 함몰돼서일까. '인명(人命)'을 앞세워 상대의 수(手)를 봉쇄하고 정의로움을 독점하려는 행태가 남발되고 있다.

일례로 대형 참사(慘死)마다 안타까움과 추모 감정을 특정 진영이 독점하고, 도의적 책임을 법적 처벌로 혼동케하고, 상대편 진영엔 '학살' 딱지를 붙일 때까지 책임론을 던진다. 숱한 사회 갈등비용을 치르면서 원하는 결론을 내기 위한 특별조사 요구와 혈세 낭비 등 2014년 4·16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가 그랬다. 2022년엔 10·29 핼러윈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탄핵에 이른 과거 정권 학습효과인지 보수정권도 '사과'에 인색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단독 처리까지 '이태원 특별법' 압박이 고조돼도 당정은 버텼다. 1월말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로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독소조항'을 빼달라며 재협상을 요청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태도다. 반면 민주당은 "죄를 지었으니 거부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쌍특검 재표결(오는 29일)과 달리 이태원 특별법 재표결은 4·10 총선과 더 가까운 때까지 '장전'해 둘 태세다.

두차례 불의의 정치인 피습 사건마저 불편한 온도차가 느껴졌다. 지난달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찾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취재진 인파 한가운데서, 지지자인 척 접근한 60대에게 목을 찔렸다. 같은 달 25일엔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신사동 한 건물로 따라들어온 10대에게 돌로 십수차례 머리를 가격당했다. 전자의 사건에서 민주당은 가해자를 겨누기보다 '정권 탓'에 골몰했다. 첫날부터 친명(親이재명)계 인사가 '윤 대통령의 국민 분열 극대화 탓'이라고 주장했다. 신년사부터 '칼'을 언급하던 이재명 대표는 퇴원 후 "상대를 죽여 없애야 하는 전쟁 같은 정치", 당무 복귀 직후엔 "법으로도,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고 했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고 검찰·언론·가해자를 싸잡았다. 민주당은 총리실과 경찰을 사건 축소·은폐 음모론으로 공격하더니 배현진 의원 피습 원인으로 연결짓기도 했다.

[한기호의 정치박박] 참사·테러·경호·의료마저… `인간방패` 맛들인 與野
공개석상에서 '자유'를 강조하던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사례와 박민수(아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의 종합병원 수련의(전공의) 사직을 겨냥한 압박 발언을 대조한 이미지.<출처 : 페이스북>

대통령 참석 행사장에서 사람이 입을 틀어막힌 채 쫓겨나기만 세번째, 일명 '삼틀막' 사건도 있다. 지난달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행사에서 강성희 진보당(옛 통진당 후신) 의원은 윤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면서 '국정기조를 바꾸라'고 소리친 끝에 경호원들에게 끌려나갔다. 대통령의 동선을 배려해 준 내빈 악수는 통상 2~3초 남짓이었는데, 소통 시도가 아닌 돌발행동으로 10여초 가량을 끌었다. 지난 16일 윤 대통령이 카이스트 학위수여식 축사를 하던 현장에선 한 청년이 돌연 일어나 "부자감세 중단"으로 시작하는 피켓을 펼쳐들고 소리치다 끌려나갔다. 그가 석사졸업생이자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고, 사전에 지역언론 취재를 요청했다는 게 드러났다. 좋든 싫든 5000만 주권을 위임받은 국가원수 경호는 무조건반사같아야 한다. 연출사진을 찍히려 돌격하는 얄팍함은 경호리스크만 키운다.

세번째로 알려진 입틀막은 비(非)정치인이 겪었다. 지난 1일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윤 대통령이 주재한 의료개혁 민생토론회 현장에, 필수의료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종사자인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직접 의견을 전하겠다며 외부에서 진입을 시도하다가 입부터 틀어막힌 채 쫓겨난 모습이 21일 공개됐다. 당사자는 9시간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 닷새 뒤(6일) 의대 입학정원 2000명 대폭 증원이 발표됐다. 범(汎)정부적으로 '의사와의 전쟁'을 개시했다. 발표 무렵 컨트롤타워가 도주해버린 대한의사협회와 의료계에 "의사들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잡느냐"는 프레임을 선점한 뒤 메시지는 도를 넘었다.


정권마저 '인간방패 정치' 유혹에 넘어갔나 생각하게 하는 요소가 적잖다. 종합병원 수련의(전공의)들 투쟁이 예상되자 보건복지부가 1만5000명 연락처 확보, 업무개시명령 불응 시 면허취소, 개별 사직·연가도 집단행동 간주에 동료와 상의만 해도 처벌 등 엄포를 놨다. 복지부 '늘공' 출신 2차관은 '환자 사망 발생 시 법정최고형'을 공언했다. 사직서를 낸 MZ 수련의들은 "언제든 국가차원에서 내 '개인' 신변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며 좌절한다. 임상전문이 아닌 관리학 교수가 의대 정원 관련 13년 전 주장을 뒤집고 관변 스피커 역할을 하고, '35세 전문의면 연봉 3억~4억원'이란 근거없는 선전으로 질시와 혐오를 유도했다. '오죽하면' 전문의 출신 야당 의원이 38세 때 '세전 1억여원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을 공개하며 반박했다. 국정을 맡은 공직자들이 오히려 국민 알권리와 거리를 두고있다.
당정에서 OECD 통계 '인구당 의사 수'를 전가의 보도 삼지만, 의료 질을 상징하는 지표나 의사 수 증가율 비교는 회피한다. 전문의 비중이 높아도 필수의료 봉직·개업의가 되지 못하는 이유, 수련의들이 장시간 고강도 저임노동에 처한 이유를 제한된 의료수가가 아닌 의사 부족에서만 찾으라고 한다. 2000명 증원의 구체적 논거는 제시되지 않았고, 60% 이상 불어날 의대생 교육 여건 확보 계획도 그렇다. 복지부는 '28차례 만남'을 강변하지만 증원 '규모'는 물론 의료개혁 패키지 '독소조항'으로 꼽힌 혼합진료 금지와 개원 통제 등은 제대로 토론된 적도 없다고 한다. 이 와중에 23일 박민수 2차관은 "의사단체의 엘리트 지위와 특권의식에 깊은 우려"한다고 도발했다. 갈수록 '좌파 계급투쟁'을 닮아간다. 박 차관은 올해 딸이 고3이란 추정이 나온 단서인 SNS 게시물들을 비공개했는데, "과도한 경쟁이 사람을 죽인다" "입시지옥의 근본원인은 학력간 임금격차" "적폐 핵심엔 전문직이 있다" 등 인식을 드러낸 과거도 도마 위에 올랐다. 수련의 사직과의 인과를 따지지도 않은 '환자 사망'이 기다렸단 듯이 보도되거나, 의사를 가장한 익명 커뮤니티 '조작글'이 동시다발한 게 '누구에게 유리한지'도 곱씹어볼 일이다.

정치인들은 그저 '의사 수를 늘리면 좋은가 싫은가' 물음을 반복하며 조장된 대중적 혐오 앞에선 말수가 줄었다. '꿈틀'하는 듯했던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정권의 '의사 대 국민'이란 신종 이분법엔 말이 없다. 원치 않게 튀어나가 국민 생명을 뚫게 된 '총알'과, '방아쇠를 당긴 자'가 각각 누구인지는 곧 드러난다. 정치세력들은 사술(詐術)을 '지지율 호재'로 여긴다면 크나큰 착각이다. 특히 여권은 4월 이후를 예상하고나 있나.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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