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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부동산 투자 사업장별 핀셋관리… `회색 코뿔소`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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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모니터링 대폭 강화
손실흡수능력 확충 적극 유도
기한이익상실 발생 상세 검토
해외부동산 투자 사업장별 핀셋관리… `회색 코뿔소` 막는다
금융감독원. <사진=연합뉴스>

국내 금융회사 등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손실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 펀드가 대표적이다. 이지스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트리아논 오피스 건물에 투자했다. 하지만 건물에 입점했던 데카방크(자산 임대료 비중 절반 이상)가 임대차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서 건물값이 폭락했다. 펀드누적 손실은 80%를 넘어섰다. 동시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올라가면서 채권단의 압박으로 곤혹을 치렀다.

이에 금융당국이 '현미경 관리'에 나섰다.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투자 내역을 '개별사업장'으로 쪼개 들여다보기로 했다. 앞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을 계기로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사업장별로 쪼개보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회색 코뿔소'(예상되는 위험을 간과해 막지 못하는 현상)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국내 금융사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존재하는 대체투자인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리스트를 사업장 단위별로 점검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사나 업권별 리스크 분석에 집중한 것에 비해 모니터링 수준을 강화한 셈이다.

세밀한 점검을 통해 리스크를 파악하고 금융사의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LTV 변화와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사유 등을 제출받을 예정이다. 예를들어 EOD가 발생해, 선순위 투자자의 매각 결정이 이뤄지면 건물 가치가 하락하고 선순위 이외 투자자는 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해외 자산 가치가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무상 손실을 숨긴 사례가 있는지도 중점 점검한다. 대체투자 손실이 장부상 명확하게 기록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관행적으로 부동산 물건의 가치를 '시가'가 아닌 '취득가액'으로 평가하고 있다. 해외 투자 자산에 대한 실사 한계 탓에 과거 투자 시점에 가격을 책정하고 이후 자산 부실이나 손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 대체투자에 대한 경고음은 글로벌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점점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높은 공실률과 고금리 등으로 부동산 투자 수요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수년째 회복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 지역은행인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는 상업용 부동산에 내준 대출과 관련한 손실 우려가 확산되면서 신용등급이 '정크(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강등됐다. 독일의 부동산에 초점을 맞춘 대출 기관인 도이체 판트브리프방크(도이체 PBB)도 부동산 시장 약세로 채권값이 폭락했다.

금감원의 점검에 앞서 국내 금융사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와 관련한 평가 손실을 재무상 반영하기 시작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해외 부동산 투자 자산과 관련해 약 1300억원 이상을 손실 처리했다고 발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4분기에 3500억원의 투자목적자산 평가 손실을 반영했다고 공개했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금융사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금액은 55조8000억원. 금융권 총자산(6762조5000억원)의 0.8% 수준이다. 이중 올해 만기 도래 잔액은 14조1000억원(25.4%)이다. 최근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북미 지역에 금융권이 투자한 금액은 총 35조8000억원(64.2%)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총 자산에 비해서 대체투자 규모가 크지 않아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확률은 낮다고 보고 있다. 지나친 시장 불안감을 경계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김경렬·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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