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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DT인] `천재 해커`된 제주 청년… "올해 목표는 기술부재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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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호 가상자산거래소 코인원 CTO
포항공대시절 선후배 14명과 '데프콘' 출전해 亞최초 수상
뒤늦게 대학서 컴퓨터 공부… 軍사이버사령부 5년 근무도
"올핸 과거기술 걷어낼 것… 블록체인 파이낸셜 공부하고파"
[오늘의 DT인] `천재 해커`된 제주 청년… "올해 목표는 기술부재 해소"
장준호 코인원 최고기술책임자(CTO)

"지금 24개월 된 아들에게도 컴퓨터 공부를 권해주고 싶어요. 급속하게 변하는 현대인의 삶에서 필수적인 능력이고, 앞으로는 컴퓨터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으로 나뉠 겁니다."

가상자산거래소 코인원의 장준호(34·사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 바닥'에서 유명한 천재 해커다.

포항공과대학 3학년 시절 교내 해킹 동아리 '플러스(PLUS)' 선후배 14명과 팀을 이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국제 해킹대회 '데프콘(DEFCON)'에 나가 아시아 최초로 수상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와의 인연도 그때 시작됐다. 동아리에서 동기로 만나 동거동락하면서 대회에도 함께 출전했다. 이듬해에도 1년간 더 준비해 카이스트(KAIST) 팀과 연합으로 출전, 한번 더 3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이런 화려한 이력으로 인해 어릴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던 꼬마 아이를 상상하며 컴퓨터공학과 진학 전 중고 시절에 대해 물었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제주 애월읍 출신인데, 농촌에서 자라다보니 컴퓨터를 접할 기회가 부족해 학교에서 기초과정으로 배운 게 전부"라고 했다.

고등학교 때 물리 경시대회에서 1등을 하는 등 물리에 대한 관심이 있었지만, 대학 진학 학과를 고르는 과정에서 그는 문득 '컴퓨터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컴퓨터공학과를 지원했다.

대학 입학전부터 정보 올림피아드 등 컴퓨터 관련 대회에서 수상 경력이 있는 선후배들이 많았던 게 컴퓨터 공부를 늦게 시작한 장 CTO에겐 오히려 자극이 됐다. 그는 "하루에 15시간 이상 매일 쉬지 않고 심취해 컴퓨터 공부를 했다"고 회상했다.

대학을 마친 후 국군 사이버사령부에서 부사관으로 5년간 복무했다. 이후 기업에 들어갈지 유학길에 올라 컴퓨터를 더 공부할지 고민한 끝에 글로벌 보안 컨설팅 전문기업 그레이해쉬에 입사하게 됐다.

그레이해쉬에선 3년간 넥슨·카카오·NC소프트·SK텔레콤 등의 보안 컨설팅 프로젝트를 맡아 수행했으며, 그레이해쉬가 네이버 자회사 라인플러스에 인수된 후에는 라인플러스에서 다시 3년을 일했다.

그는 "당시 보안 컨설팅은 주로 해킹 방어가 위주였다"며 "컨설팅 기업의 정보 보안을 해커의 입장으로 뚫어 보여주고, 어떤 침투까지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방어하기 위한 방어 로직은 무엇인지 보여주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해킹 보안 분야에서 화이트 해커로 명성을 쌓고 있던 그는 코인원에 합류하면서 새로운 길을 걷게 된다. 코인원 개발 부서 중 블록체인 테크 리더를 맡아 개발 조직 관리와 기술 해결 등 1년 반 동안 여러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고 CTO로 선임됐다.

보안 분야에서 쌓은 경험들이 현재 업무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장 CTO는 "해킹을 잘하려면 전반적인 컴퓨터 지식이 있어야 된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다 이해해야 되고 하나의 개발자 코드만 보는 게 아니라 iOS, 안드로이드, 웹, 백엔드 모든 분야를 다 봐야하기 때문에 이런 지식들이 CTO 역할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코인원은 지난해 가상자산사업자 중 처음으로 국내 정보보호 분야 최고 권위의 '정보보호 대상'을 받기도 했다.

장 CTO는 임원진이 된 후 업무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그전에는 테크 리더였지만 지금은 C-레벨 개발 조직의 최고 책임자이면서도 경영진이니까 고객 중심의 사고를 많이 하게 된다"며 "고객이 뭘 원하고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가, 그렇게 되면 우리는 얼마나 벌 수 있고 개발 조직 또는 코인원 크루들이 보상을 잘 가져갈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을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개발 리더로 일했던 만큼 개발자들의 고충을 잘 이해하는 그는 개발 환경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CTO 선임 후 개발자들의 모니터를 32인치로 전면 교체해주고, 개발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 하기 위해 조직 체계를 변경했다.장 CTO는 "항상 고객 피드백을 체크하고 있어 고객들이 불편을 많이 느끼는 것들이 뭔지 알고, 그것들을 빠르게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인원은 앱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지난 8일부터 이달 26일까지 대규모로 개발 인력을 채용 중이다. 최근 수수료 전면 무료 정책을 내세워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여타 거래소들과는 정반대 전략인 셈이다.

장 CTO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수수료를 통해 다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 준다는 게 코인원의 기본적인 철학"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 더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발팀 사이즈를 키우는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거래소와의 차별화를 위해 올해 목표로 하고 있는 건 '커뮤니티' 기능이다. 현재 코인원이 제공하는 채팅 기능은 5대 가상자산거래소 중 유일하다. 지난해 '가상자산 큰손들은 어떤 종목에 투자하는지', '눈 여겨보던 가상자산의 매수 시점이 언제인지' 등 흥미로운 투자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인사이트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장 CTO는 이같은 서비스들을 더욱 고도화해 '젊은 조직'의 에너지를 서비스에 녹여낼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최근엔 '간편거래' 기능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 휴면 계정을 복구하는 경우 인증 허들을 낮추는 등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장 CTO가 올해 신경 쓰는 또다른 사안은 기술 부채 해소다. 그는 "과거부터 사용하던 기술들을 다 걷어내지 못하고 지금도 쓰고 있는 게 있다. 그런 걸 기술 부채라고 하는데 기술 부채를 최대한 덜어내는 게 개발조직의 올해 미션"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회사가 성장하고 동료가 성장하고, 그 시너지로 좋은 실적을 내고 동료들이 좀 많은 보상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미처 못 이룬 '유학의 꿈'은 아직 유효하다. 그는 마지막으로 "'블록체인 파이낸셜'에 대해 더 공부 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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