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경찰이 현재까지 수집한 하마스의 성범죄 관련 목격담과 증언은 1500여건에 달한다.
이스라엘 당국과 시민 사회는 10월 7일 기습 당시 하마스가 남성과 여성을 대상으로 성폭력 등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해왔다.
하마스는 이에 대해 성범죄 등 잔혹 행위는 다른 무장 세력에 의한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성범죄를 직접 당한 당사자가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하지만 의료진과 목격자 증언, 시신 사진과 부검 등의 2차 증거들이 계속 공개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여성 인권 운동가인 루스 할페린-카다리 변호사는 BBC에 "풀숲에 숨어 여러 명의 남성이 한 여성을 강간하는 것을 지켜 본 목격자의 증언을 포함해 다수의 직접적인 목격자 진술을 접했다"고 말했다.
그는 "네 명의 남성에게 강간당한 뒤 과다 출혈을 겪은 여성 피해자를 치료한 의료진과도 직접 이야기했다면서 "많은 장소에서 같은 방식으로 훼손된 상태의 시신들의 사진과 영상을 봤다. 이는 여성들이 살해당하기 전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하마스 성범죄를 수사해온 이스라엘 경찰도 남성과 여성 수십명이 10월 7일 하마스 대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메니 비냐민 이스라엘 경찰 국제범죄수사국장은 NYT에 "수사팀이 생존자와 목격자, 군인, 응급 의료 대원 등의 증언을 수집했다"면서 "우리가 지금껏 본 것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의 성범죄와 강간 범죄들이 남성과 여성 모두를 대상으로 벌어졌다"고 밝혔다.
비냐민 국장은 "이 같은 성범죄가 여러 지역에서 하루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며 "이는 하마스가 성폭행을 전쟁 무기로 쓰려고 계획했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성범죄 피해 당사자의 증언을 확보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 당국은 성범죄의 직접적인 증거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군과 하마스의 교전으로 범죄 추정 현장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비냐민 국장은 그러나 "부검과 법의학적 증거, 생포한 하마스 대원의 증언 등이 성범죄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시민 사회는 생존자 목격담과 피해자 시신 부검 결과 등의 증거를 속속 공개하고 있다. 한 익명의 생존자는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 음악축제 현장에서 하마스 대원 여럿이 한 여성을 집단 강간하고 살해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공개했다.
이스라엘 여성 인권 운동가들은 하마스의 성범죄 의혹에 대해 국제 사회의 대응이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는 하마스 공격 두 달 뒤인 지난 1일에야 성명을 내고 10월 7일 발생한 모든 종류의 성폭력이 조사되고 처벌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하마스의 성범죄 조사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글을 올렸다.
유엔 조사위원회는 현재 하마스의 성범죄를 포함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서 발생한 전쟁범죄를 조사 중이다.
하지만 할페린-카다리 교수는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유엔의 누구도 '성폭력'이라는 단어를 드러내놓고 사용하지 않았다. 이들이 그렇게 하기까지는 7주가 넘게 걸렸다"며 유엔의 늑장 대응을 비판했다.
이날 미국 뉴욕 유엔 본부 앞에선 하마스의 강간과 납치 등 성범죄에 대한 유엔의 미흡한 대응을 비판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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