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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칼럼] 우려스러운 거대 야당의 예산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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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양준모 칼럼] 우려스러운 거대 야당의 예산 정치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심의에서 거대 야당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 이를 막기 위해 헌법은 예산 편성권을 정부에, 그리고 국회에는 예산 삭감권만을 부여했다. 야당이 마음대로 예산을 짤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정치는 옳지 못하다. 예산안에 담긴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기보다는 이른바 브랜딩을 통해 진영을 가르고, 민생보다는 총선에 매달리는 야당의 모습은 보기 안쓰럽기까지 하다.

2024년 예산안 규모는 전년 대비 18조2000억원이 증가한 657조원으로, 총예산 증액의 93%를 보건·복지· 고용 분야에 지출한 역대 최대의 민생 예산이다. 총예산 대비 보건·복지·고용 분야의 비중은 36.7%로서 문재인 정부보다 2.6%p 높다. 더욱이 물가상승으로 고통받는 서민을 위해 다른 분야의 지출은 거의 늘지 않았다.

야당이 문제 삼은 것은 연구개발 예산 삭감이다. 연구개발 분야는 그동안은 성역이었다.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연구개발은 경제 성장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기대와는 달리 연구개발 패러독스가 발생했다. 국내총생산 대비 정부 연구개발 지출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이에 비해 성과는 많이 떨어졌다. 경제성장률과 정부 연구개발 지출 증가율은 오히려 역의 관계를 보였다.

정부 연구개발 지출의 효율성은 의심받아왔다. 연구개발 예산의 배분과 관리 방식에도 논란은 많았다. 모두 성공하는 연구가 과연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수준의 연구였는지도 문제다. 1985년 이후 정부보다는 민간의 연구개발 투자가 더 많아졌지만, 여전히 정부에 의존하는 분야는 늘고 있다.

정부 연구개발 투자가 수월성보다는 형평성과 정치적 관점에서 결정되다 보니 투자 성과가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물가상승 억제와 재정 건전성, 그리고 민생이 중요한 시점에서 연구개발 투자가 계속 증액돼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은 무리다. 오히려 지금은 연구개발 지출에 대한 재검토 호기다. 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연구개발 예산은 2023~2027년 5년간 연평균 0.7%로 증가한다. 이번에 연구개발 투자의 효율성을 점검하고 예산을 재편성하는 것이 합리적인 예산 전략으로 판단된다.

새만금 사업 예산도 논란이다. 새만금 관련된 예산 전부에 대해 정부는 수용이 곤란하다는 의견을 표명했고, 야당은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사업은 새만금신공항 건설 사업과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그리고 새만금항인입철도 사업 등이다. 사실 이러한 사업들은 결정되기 전에 타당성 조사를 면밀하게 받았어야 했다.

지자체 갈등도 문제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사업이더라도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타당성이 있는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 새만금 사업과 관련하여 투자 의향을 밝힌 기업들의 투자 계획과 입주 시기, 그리고 투자 규모와 지금 진행되는 사업들은 서로 연계돼 검토돼야 한다. 고추 말리는 공항,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고속도로, 생선 말리는 항만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 철저한 검토를 통해 종합계획을 세워 민간 투자 유치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

논리적 일관성이 없는 것도 문제이지만 선심성 정책을 고집하는 것도 문제다. 대표적인 선심성 예산이 지역사랑상품권 사업이다. 2018~2022년 2조8246억원의 국비가 투입됐다. 그동안 지방비까지 포함하여 많은 예산이 투입됐지만, 지역의 골목상권이 활성화됐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정책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업이다. 사업의 목적과 대상, 그리고 평가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을 받는 사람만 혜택을 본다. 골목상권 활성화라는 사업 목표에도 불구하고 지역사랑상품권은 대부분 마트와 주유소, 병원에서 사용된다. 혜택도 집중되는 경향이 있으며, 혈세는 투입됐지만 혜택 본 사람이 서민이라는 보장도 없다. 이런 사업에는 지방비도 지원해서는 안 된다.

물가상승으로 고통받는 서민을 위해 재정지출 증가를 통제하면서도 서민 밀착형 지출 분야만 늘렸다. 재정을 늘려서는 모두 피해자가 된다. 국회도 민생을 위해 재정 통제에 동참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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