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같은 당 안철수 의원을 향해 "안철수씨 조용히 하세요"라고 소리쳤다. 식당 칸막이 밖으로 안 의원의 대화가 옆방까지 들리자 식사하던 이 전 대표가 날을 세운 것이다. 안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들으라는 듯 "모두가 이준석을 싫어한다"고 하면서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6일 안 의원과 이 전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오찬을 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해프닝이 벌어졌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칸막이 하나를 두고 옆방에 있었다.
안 의원의 방에서는 이 전 대표가 지난 4일 부산에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게 영어로 말한 것을 문제 삼았다. 안 의원은 "반대로 생각하면 교포 2세에게 미국 정치인이 한국말로 얘기하는 건 '너는 우리 구성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헤이트스피치(혐오발언)다"며 "또 적어도 의사에게는 '닥터 린튼'이라고 했어야 하는데 '미스터 린튼'이라고 한 건 대놓고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어를 잘 못하는 거 같다"고도 했다. 인 위원장은 생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살았는데, 영어로 말한 것은 의도가 있다는 식의 지적이다. 안 의원은 이 전 대표 징계를 철회한 것도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이준석 전 대표 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대화 내용은 칸막이를 넘어 옆방에 있던 이 전 대표에게 그대로 들렸다. 이에 이 전 대표가 "안철수씨 식사 좀 합시다"라면서 고함으로 응수한 것이다. 잠깐 정적이 흐른 뒤 안 의원은 "내가 못할 말 한 건 없지"라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두 사람의 악연은 역사가 길다. 지난 2016년 두 사람은 모두 서울 노원병을 지역구로 두면서 대립했다. 이후 2018년 바른미래당 공천 파동 때 다시 맞붙었다. 이후 안 의원이 분당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국민의힘 안팎에 무게감 있는 정치인들이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달 16일에는 안 의원이 이 전 대표를 제명해야 한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