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나인의 `樂樂한 콘텐츠`] 단순한 글씨가 감정 드러내는 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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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돌, 日 '굴림체' 대신 '맑은고딕' 등 자개발
2000년대 개인 PC 증가로 감정표현 수단돼
배달의 민족·네이버 등 기업 무료폰트 배포
산돌, 구독방식 클라우드형 '산돌구름' 개시
이미지 수정 없이 작업 가능한 웹폰트 개발도
파일 다운 아닌 호스팅으로 저용량 구동 장점
[김나인의 `樂樂한 콘텐츠`] 단순한 글씨가 감정 드러내는 창으로
산돌 클라우드 플랫폼 '구름다리' 이미지. 산돌 제공

"아직도 굴림체 쓰시나요?"

서체를 보면 글을 쓰는 이의 성격과 인품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디지털 시대의 서체로 꼽히는 폰트(글꼴)는 때로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창'이 되기도 한다. 폰트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기도 하고,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김나인의 `樂樂한 콘텐츠`] 단순한 글씨가 감정 드러내는 창으로
산돌폰트.

◇ 굴림체보다 '맑은 고딕', 우리 자력으로 개발한 한글 서체 = 우리에게 익숙한 '굴림체'는 1980년대 일본의 양대 사진식자 기업이던 샤켄과 모리사와가 한국에 식자기를 판매하기 위해 의뢰해 탄생한 글꼴이다. 일본 디자이너 나카무라 유키히로가 개발한 '나루체(둥근고딕)'을 바탕으로 답습한 서체다.

폰트 해외 의존을 막기 위해 탄생한 국내 기업도 있다. 국내 최초 폰트 회사인 산돌은 한글 서체에 대한 애정으로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산돌 의장인 석금호 창립자는 당시 인쇄에 필요한 식자기와 식자판까지 일보에서 수입해야 하는 현실을 보고는 1984년 대학로 작은 골방에서 '산돌타이포그라픽스'를 설립했다. 이후 산돌은 지난 37년간 우리가 자주 쓰는 MS오피스 기본 서체인 '맑은 고딕' 등 폰트를 직접 개발했다. 한글에 대한 이해도로 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폰트를 제작해온 것. 맑은 고딕은 한국적 조형미를 살려 온스크린 전용폰트로 개발된 최초의 한글 폰트다. 지금까지 산돌은 720여종이 넘는 주요 폰트를 개발해왔다. 최근에는 577돌 한글날을 기념해 창작자 100인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한글' 전시를 열었다.

◇ 1980년대 PC 등장, 디지털 폰트 시대 개막…싸이월드·버디버디 폰트, 취향 따라 바꾼다 = 단순 서체라고 생각한 폰트가 디지털 기술 진화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기기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발달로 한글 폰트의 중요성이 부상하고 있다. 시작은 1980년대 PC 등장과 함께 이뤄졌다. '디지털 한글 1.0'이 태동하던 시절이다. 당시에는 사무용 PC 이용이 주 목적이라 주로 타자기 기능을 PC에서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폰트를 인식했다. 단순 문자 입력과 인쇄를 위한 폰트의 기능 요소를 중요시했던 '디지털 한글 1.0' 시대 이후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개인용 PC 보급이 늘었다.

PC의 대중화로 고정된 PC에 기본 폰트 이외에 다양한 폰트를 설치해 사용하는 '디지털 한글 2.0' 시대가 개막했다. 주로 디스켓이나 CD 형태의 패키지를 구매하고 설치하는 식이었다.

이후 싸이월드, 버디버디, 네이트온 등 초기 SNS가 등장하자 개인의 감정을 디지털 공간에서도 표현하는 수단으로 폰트가 떠올랐다. 2010년에 접어들어 인터넷 통신의 발달과 무료 서체의 배포가 활발해지면서 다운로드 이후 설치하는 폰트 이용 방식이 보편화됐다. 배달의 민족의 '배민체'나 현대카드 '유앤아이', 네이버 '나눔' 등 기업들이 배포하는 무료 폰트도 다운로드 방식으로 폰트 사용 보편화에 기여했다.



[김나인의 `樂樂한 콘텐츠`] 단순한 글씨가 감정 드러내는 창으로
'내가 좋아하는 한 글' 전시 포스터. 산돌 제공

◇ 폰트도 월별 구독 클라우드 시대…자율차 시대 수요 더 커진다= 모바일 시대에 접어서며 폰트 사용도 단순 다운로드가 아닌 클라우드 스트리밍으로 진화했다. 국내에서는 산돌이 2014년 '산돌구름'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번거로운 설치나 삭제 과정 없이도 클라우드 방식으로 스트리밍하는 '디지털 한글 3.0' 시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MS 오피스 365와 같은 구독형 방식으로, 결제 방식도 월별 구독 모델로 전환했다. 산돌구름 이용자들은 월마다 일정 요금을 내면 따로 폰트 파일을 설치하지 않고도 로그인만하면 사용하던 폰트를 이용할 수 있다.

산돌은 챗GPT 등장으로 촉발된 AI(인공지능) 챗봇 경쟁 시대에 맞는 웹폰트도 독자 개발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문화가 정착되고 '유튜버' 등 1인 크리에이터가 늘어나면서 폰트 소비량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 산돌구름 플랫폼의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최근 2년간 연간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2020년 MAU는 26만6721명에 그쳤지만 지난 6월 기준 MAU는 327만9194명으로 급증했다.

모바일 이후 AI 시대에 대비해 산돌이 선보인 '산돌구름 웹폰트'는 이용자가 폰트를 설치하지 않아도 디자이너가 원하는 타이포그래피를 웹 페이지에 구현할 수 있게 한다. 지난 3월 웹폰트 서비스에 대한 전 세계 특허 협력 조합(PCT) 국제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웹폰트는 웹사이트의 내용 수정이나 변경시 이미지 수정 없이 빠르게 작업할 수 있고, 자동번역도 가능하다. 라이엇게임즈의 온라인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 이벤트 페이지, 샤이니 8번째 정규앨범 프로모션 등 빠르게 트렌드를 반영해야 하는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의 기업이 대표 사례로 활용하고 있다.

산돌구름 웹폰트를 이용하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 한 관계자는 "산돌구름 웹폰트는 폰트 파일을 다운로드 해 서버에 임베딩하는 방식이 아닌 그때 그때 필요한 폰트를 호스팅 해 오는 시스템이라 용량이 크지 않아 많은 팬들이 동시에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환경에서도 원활하게 구동되는 점이 유용했다"며 "종류가 많고 적용이 빨라 한글 폰트가 필요할 때 자주 쓰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산돌구름 웹폰트를 필두로 폰트도 활용도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근무시간의 단축,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 등의 변화에 따른 콘텐츠 소비의 시간적 공간적 확장은 디지털 한글 사용 영역의 확대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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