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북러 정상회담 후폭풍, 최악은 북한의 `벨라루스화`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푸틴, 포탄공금망 다변화 위해 북한 접근
러 대북한 태도 전쟁 이후 극적으로 변화
러우 전쟁 틈바구니서 과실 탐색하는 金
중국, 북러밀착 참여 않고 거리두며 관망
달라지는 정세, 새로운 상상력 발휘해야
[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북러 정상회담 후폭풍, 최악은 북한의 `벨라루스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극동 지역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가졌다. 4년 5개월 만에 가진 두 번째 대면 만남이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측의 '위험한 거래'는 현실화됐다. 앞으로 북·러가 한층 밀착해 나간다면 북한이 '제2의 벨라루스'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 관리가 한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지각대장' 푸틴, 30분 일찍 와 '최고존엄' 기다려

약속 시간에 매번 늦어 '지각대장'으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 그러나 지난 13일(현지시간)만은 달랐다. 이례적으로 김정은 위원장보다 정상회담 장소에 30분 일찍 도착했다. 푸틴 대통령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도착한 것은 낮 12시 30분께였다. 김 위원장은 약 30분 뒤 도착했다.

푸틴 대통령은 기지 입구에서 기다리다가 검은색 방탄 리무진에서 내리는 김 위원장을 정중하게 맞이했다. 푸틴 대통령은 40초 동안 악수와 인사를 하며 김 위원장을 환대했다. 이후 두 사람은 양국 관계자 및 기자들과 함께 우주기지 내 첨단시설들을 함께 둘러봤다.

푸틴 대통령의 과거 정상회담을 떠올리면 이날 행동은 매우 특별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선 4시간 15분, 2018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선 2시간 30분 각각 늦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회담할 때는 1시간 45분, 2019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린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는 2시간 가까이 지각했다.

번번이 상대 정상보다 늦게 나오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심리전을 벌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찍 나와 김 위원장을 기다렸다. '최고존엄' 김 위원장은 '지각대장' 푸틴 대통령도 기다리게 했다.

푸틴 대통령의 기다림은 러시아가 북한보다 훨씬 더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러시아 포병 부대는 포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침공이 시작된 이래 러시아 군산복합체는 무기와 탄약 생산량을 늘렸지만 우크라이나에서의 포탄 소비는 엄청나다.

포탄 기근을 겪으면서 러시아 포병 부대는 기존 전술을 변경해야만 했다. 전통적으로 러시아 포병 능력은 정확성보다 양에 더 의존해 왔다.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집중적으로 엄청난 포격을 퍼붓는 전술이다.

그러나 이제 러시아 포병은 양보다는 정확성에 집중하고 있다. 탄약이 부족해 정밀 타격으로 전환했다. 드론 사용 증가는 이를 뒷받침한다. 반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국가들은 더 많은 탄약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포탄용 집속탄까지 공급하고 있다. '악마의 무기'로 불리는 집속탄은 엄청난 확산력이 특징이다. 수류탄 크기의 자탄 수백발을 넓은 지역에 분산시킨다. 이어 '더러운 폭탄'으로 불리는 열화우라늄탄도 지원하기로 했다.

포병 화력은 지상전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러시아군에서는 그 화력이 사라지고 있다. 장기 전쟁을 앞두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포탄과 무기 확보를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보유한 다량의 옛 소비에트연방(소련)제 무기에 눈을 돌리게 했다.

◇완전히 바뀐 북·러 관계

러시아는 지난 2006년 북한의 첫 핵실험에 따른 유엔 대북제재 채택에 동참했다. 북한의 핵 개발을 서방과 보조를 맞춰 규탄하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북한을 지원하면 유엔 제재로 자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해 '감히' 북한과 손잡을 생각을 안했다.

2019년 4월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 위원장과 첫 회담을 가졌을 때만 해도 푸틴 대통령은 북한이 기대하는 지원을 약속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냉담한 태도에 불편함을 느껴 일정 중간에 일찍 귀국했다는 보도가 나왔을 정도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만나길 간절히 원했다. 이를 위해 선물도 줬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대북 석유 수출을 재개했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올들어 7월까지 7만9904 배럴의 정제석유를 북한에 수출했다. 특히 7월 들어서 양을 크게 늘렸다.

결국 회담이 열렸다. 이번에는 북측이 간청하는 형태가 아니였다. 푸틴이 원했던 회담이었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푸틴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참패를 모면하려는 심산으로 김정은에게서 외교적·군사적 생명줄을 찾고 있다"고 평가했다.

협상의 최대 승자는 김 위원장이었다. 북한은 옛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와의 관계를 회복하며 경제적·기술적 이익을 추구할 기회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양국 관계는 더욱 긴밀해질 것이다. 여기에 중국이 가세하는 분위기다. 정상회담 이후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이 얼마나 북러의 밀착 행보에 어느 수준까지 동참할지는 불투명하다. 중국은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거리를 두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물론 중국은 러시아, 북한과의 양자관계를 중시한다. 중국에 있어 북한은 중요한 전략적 완충 지대이며, 러시아는 가장 큰 전략적 파트너다. 하지만 미국 눈치도 봐야 한다. 현재 중국은 자국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과 대화를 추진 중이다.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러시아·북한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중국은 줄다리기 외교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김 위원장을 중국으로 초청하는 방식을 통해 중국이 북한에 대해 여전히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과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일은 이런 중국에 대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최악은 北이 벨라루스처럼 되는 것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은 무기 공급이나 합동훈련 수준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군사 분야를 넘어 전략적 수준으로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 보면 '신냉전' 시대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는 생존 공간을 넓히는 것과 다름없다. 수억 달러 상당의 탄약과 무기 거래, 인력·병력 파견 등은 북한의 금고를 채워 북한 경제를 부양할 것이다. 여기에 중국과의 무역이 정상화되면 경제는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될 수 있다. 특히 무기 및 군사기술 거래는 북한의 무기 수준을 획기적으로 올려놓을 수 있다. 이는 당연히 한국에겐 큰 안보 위협이 될 것이다. 하지만 더 경계해야 할 최악의 시나리오가 있다. 바로 북한의 '벨라루스화'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했다. 바그너그룹 소속 용병 상당수도 벨라루스에 배치되어 있다. 같은 일이 북한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되레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파병될 수 있다. 러시아는 자국군만으로는 병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미 러시아가 북한에 파병을 요구했다는 설도 있다.

이렇게 상황이 진행된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현재의 외교 방식으론 길이 안 보인다. 새로운 지정학적 현실을 깨닫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박영서 논설위원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