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누누티비 유사 사이트 개설에 대응해 접속 차단 등 작업에 착수했다고 18일 밝혔다.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계, ISP(인터넷제공사업자), RAPA(한국전파진흥협회)와의 협력체계를 재정비하고,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탐지·대응에 AI(인공지능) 기술 접목도 추진한다.
2021년 서비스를 시작한 누누티비는 국내 OTT 드라마·영화 등 콘텐츠를 불법 제공하고 광고로 수익을 냈다. 지난 4월 정부 압박 등으로 폐쇄했지만, 최근 누누티비를 표방한 '누누티비 시즌2', '티비위키' 등 유사한 불법사이트 개설이 이어지며 저작권 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누누티비 시즌2'에는 '닥터 차정숙',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3'를 포함해 '청담국제고등학교', '사냥개들' 등 넷플릭스 콘텐츠들도 버젓이 올라와 있다. 이 사이트 공지에선 "기존 누누티비와 관계가 없다"며 "에티오피아에서 설립된 무료 OTT 서비스"라 밝힌다. 접속 차단 시 대피소 링크도 안내돼있다. '나 혼자 산다', '하트시그널 시즌4' 등이 올라온 티비위키도 접속 차단 시 비상 주소를 공지해놨다. 기존 URL(인터넷주소)을 차단해도 우회 도메인으로 바꾸고 트위터나 텔레그램 등으로 이를 알리며 운영을 지속한 누누티비와 비슷한 수법이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불법 사이트 운영에 과기정통부는 OTT·ISP·RAPA와의 협력체계를 재정비한다. 누누티비 대응 당시에는 하루 한 차례 접속 차단이 가능했지만, 하루에도 수차례 차단할 수 있도록 한다. K콘텐츠 불법 유통 근절을 위한 범부처 협의체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도 협력을 강화한다. 방심위에는 누누티비 시즌2 사이트에 대한 불법성·저작권 침해 여부 판단을 신속히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수작업 중심의 신규·대체 불법사이트 탐지·대응도 AI를 활용해 자동으로 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을 추진한다.
국회에서는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누누티비를 차단하기 위해 CDN(콘텐츠전송네트워크) 사업자에게도 불법유해정보 접속차단 의무를 부여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OTT업계에선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 대한 원천적인 차단을 주문한다. 그간 누누티비를 통해 불법 유통된 동영상 콘텐츠 조회수는 18억1200만회 이상, 피해액은 4조9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누누티비 폐쇄 이후 티빙·웨이브·왓챠·쿠팡플레이 등 OTT 4개사의 MAU(월간활성이용자)는 지난 3월 1308만5615명에서 지난달 1410만4270명으로 약 100만여명 늘었지만, 또다시 불법사이트가 우후죽순 늘면 이용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사이트들은 성인·도박 등 불법 광고가 주요 수익원인만큼 광고주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의 '2022 저작권 침해이슈' 리포트에 따르면,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 게재된 광고(2025건) 중 성인·도박 등 불법 광고가 63.6%(1288건)에 달한다. 해외 서버를 이용하는 경우 처벌이 어려워 수사당국이 적극적인 국제공조를 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과기정통부는 "OTT 콘텐츠는 수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소중한 재산이며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동력"이라며 "이러한 불법 사이트의 이용을 자제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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