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 더클래시' 무더기 미계약이 발생하면서 고분양가를 허용한 마포구청에도 책임론이 일고 있다. 부동산 경기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지만, 마포구청 분양가심사위원회가 심사한 이 단지 분양가는 반대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마포구청은 지난 11월 분양가심의위원회를 열고 마포 더클래시 분양가를 3.3㎡당 4013만원으로 책정했다. 서울 강북권 아파트 3.3㎡당 분양가가 4000만원을 넘긴 것은 이 단지가 처음이다. 마포구 일대 아파트 값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떨어지고 있지만, 마포구청은 이 단지 분양가를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책정했다.
마포 더클래시는 이달 입주를 시작하는 후분양 단지다. 이는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 등 일반 분양 단지와 달리 잔금 납부 시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아파트 청약 결과 일반분양 총 53가구 중 51%에 해당하는 27가구에서 미계약분이 발생했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 종전 12억원 이하 아파트만 가능했던 중도금 대출을 전면 허용·전매제한 규제도 종전 8년에서 3년으로 줄였지만 미계약이 대거 발생한 것이다.
이 단지 일반분양 가구 절반 이상이 미계약 상태로 남으면서 악성 미분양 전락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토교통부는 준공 후에도 미분양으로 남아있는 아파트를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마포구 30평대 신축 아파트는 지난해까지 20억원·구축도 15억원 대에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즉시 입주 가능한 14억원대 새 아파트가 미계약으로 남았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며 "향후 마포구 내에서는 상당 기간 14억원을 넘는 아파트 매매 거래가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마포 더클래시 악성 미분양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건설사들 사이에선 지자체 분양가 심사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건설사들은 높은 분양가 책정 시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일반에 알려져 있지만, 실제 고분양가 분양으로 이윤이 남으면 이는 건설사가 아닌 조합에 귀속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집값은 떨어지는데 지자체가 평가하는 분양가 심사 금액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며 "고분양가 책정으로 미계약이 발생하면 공사비 수급에 문제가 생겨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