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없이 녹음 최대 징역 10년
윤상현 의원 통비법 개정안 발의
애플은 기능없어 역차별 우려
윤상현 의원 통비법 개정안 발의
애플은 기능없어 역차별 우려
대화 중 상대 동의 없이 통화를 녹음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음성권'이라는 개념이 수면 위로 나온 만큼 프라이버시나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 등 통화녹음 기능이 탑재된 국내 스마트폰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법제화에 앞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내 기업 역차별을 막기 위한 기술적 조치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국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18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의 핵심은 대화 당사자 중 일부가 상대의 동의 없이 대화 내용을 녹음할 경우 사생활 자유와 통신 비밀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는 만큼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는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 대한 규율일 뿐 대화 당사자 중 일부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그 대화 내용을 녹음하는 행위는 규율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법리 해석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게 윤 의원의 지적이다.
실제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미국의 13개 주, 프랑스 등 일부 해외 국가는 상대방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7년 통화 중 녹음할 경우 상대에게 알림을 통해 통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사례가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화에 참여한 당사자가 녹음했더라도 상대의 동의를 받지 않았을 경우 불법 녹음으로 규정돼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윤 의원은 "대화자 일방의 사생활의 자유 또는 통신 비밀의 자유와,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 추구권의 일부인 음성권 침해 소지가 있다"면서 "대화 참여자가 대화 녹음 시 대화 참여자 모두의 동의를 구하도록 개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플의 아이폰과 달리 통화 녹음이 가능한 삼성전자 갤럭시 휴대전화 이용자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갤럭시를 선택한 이용자들은 가장 큰 차별 요인으로 '통화녹음'을 꼽는 경우가 많다. 업무 특성상 자동 통화녹음 기능을 제공하는 갤럭시 사용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국회의 해당 법안 입법예고 홈페이지에는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법률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글이 300개 이상 올라오기도 했다.
반면, 정보보호 측면에서는 이번 법안 발의를 통해 정쟁의 도구가 아니라 '음성권'의 개념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하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음성 녹취가 인터넷,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의 발달로 확산될 여지가 커진 만큼 프라이버시나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학회장인 최경진 가천대 법학 교수는 "개인정보의 핵심 중 하나로 음성권이 꼽히는 만큼 (통화 중 녹음도)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절대적 권리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무작정 막는 대신 합리적 기준을 두고 예외 사항이 정교하게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알 권리와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공존하는 만큼 법안 마련에 앞서 공론화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가 우선 모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을 우려가 있는 만큼 법안 마련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통화 녹음을 고지하지 않고 녹음하는 행위는 긍정,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는 만큼 법안 마련에 앞서 국민 의견수렴이 우선돼야 한다"며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을 여지가 있는 만큼 기술적 대책 지원 등 실효성 확보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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