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디지털혁신법 발의… 새 사업자 추가
기존 법과 차이… 운용자 '크립토펀드' 가능
전문인력 없어 자격 기준 등 추가 논의 필요
기존 법과 차이… 운용자 '크립토펀드' 가능
전문인력 없어 자격 기준 등 추가 논의 필요
국회에서 기존 매도·매수, 중개 등으로 제한됐던 디지털자산 사업자의 범위를 일임과 운용, 자문 등으로 넓히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가상자산 시장에서 '무자격 운용'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는 등 가상자산 투자 전문성에 대한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자의 자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발의되는 '디지털자산시장의 혁신과 성장에 관한 법률'(디지털혁신법)에 디지털자산집합운용업과 자문업, 일임업 등의 새로운 디지털자산사업자를 추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디지털혁신법안 공개 설명회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한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디지털자산 집합 운용업이 기존 법안과 차이가 있는 부분"이라며 "운용업자가 나오면 '크립토펀드'가 가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2인 이상의 이용자로부터 모은 디지털 자산을 다른 디지털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본시장법과의 중복을 방지하기 위해 투자자 자산과 투자처를 디지털자산으로만 운용할 수 있도록 제한했지만, 향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된다면 사실상 현금으로 디지털자산에 투자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자본시장에서 자산운용사가 하고 있는 집합투자 역할을 맡는 '디지털자산 자산운용사'가 나오는 셈이다. 관련 인력이나 물적 설비의 구체적인 요건은 금융위원회가 하위 규정으로 정하기로 했다.
김 변호사는 "개인적인 생각으론 운용대상이 디지털자산에 한정돼 난도가 높지는 않을 것 같지만, 자격기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며 "자산운용에 대한 기본 원칙은 동일할 것으로 보여 (기존 자본시장과) 큰 차별화는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자본시장법 등으로 엄격히 제한되는 자산운용사의 자격이나 책임 등에 대한 내용이 논의되지 않으면서 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자산운용사가 집합투자업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자산운용전문인력과 위험관리전문인력, 내부통제전문인력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 설립한 펀드의 책임운용역 역시 법에서 정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
전문인력은 해당 업무에 2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어야 하고, 업무수행에 필요한 전문교육과정이나 연수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특히 투자자를 대상으로 금융투자업을 직접 영위하는 직원은 투자자산운용사 등 관련된 자격을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자본시장법에서 이 같은 전문인력을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투자자의 돈을 직접 운용할 때 최소한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향후 등장할 '크립토 펀드'의 경우 현재 전문인력에 대한 자격이 전무하고, 그동안 기관 투자자의 디지털자산 투자가 금지돼 있던 만큼 관련 업무를 직접 수행해 본 기존 전문가조차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의 경우 오랜 기간 축적된 투자 관련 지표와 가치평가 방식 등이 쌓여 있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는 완전히 다르다"며 "가상자산과 주식 펀드에서 동일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투자자가 납득할 만한 운용 방법이었는가에 대한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가상자산 시장에서 '무자격 집합투자'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1조원대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하루인베스트먼트는 가상자산이 투자자 관심을 모았던 2020년을 전후로 투자금을 모았다.
'원금 보장과 연 최고 16% 이자'를 내세우며 자산관리와 정기예금, 펀드 등 기존 금융상품과 유사한 구조를 만들어 홍보했다. 이 과정에서 4년 이상의 운용 경력과 1000억원 이상의 운용 능력을 갖춘 내부 전문가팀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20대 무자격 운용업자에게 1조원이 넘는 투자자 코인을 '몰빵'하며 대규모 손실이 발생, 결국 검찰에 적발됐다.
하루인베스트먼트는 아무런 설명 없이 돌연 예치 받은 코인의 입출금을 중단했다. 현재 검찰이 산정한 피해 규모는 8800억원 수준이다. 다만 검찰이 이들에게 20년 이상의 징역을 구형한 것과 달리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언하며 '크립토 펀드'에 대한 해석은 더욱 분분해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고객에게 받은 가상자산으로 수익을 내 고객에게 지급하는 수익 모델이 존재했다'고 밝히면서다. 현재 자본시장법과 가상자산법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집합투자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달리 법원이 판례로 이를 인정했고, 투자 운용 자격에 대한 부분은 판시에서 빠졌다. 형사 책임과 별개로 민사상 책임은 남는다고 설명하면서 향후 소송전이 장기전으로 이어지게 됐다.
이상복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아직 국회에 법안이 발의되지 않았고, 최종 통과 전까지 수정을 거치면서 관련 내용도 구체화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금융위에 자격기준을 모두 일임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시장법과 시행령 등에서 내용을 80~90% 이상 정해 시장의 혼란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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