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율주행차 시장 '지각변동'
바이두, 전세계 1000대 이상 운영
규제발목 韓… 정책공백 이중고
제도 미비속 투자금 확보 어려워
바이두, 전세계 1000대 이상 운영
규제발목 韓… 정책공백 이중고
제도 미비속 투자금 확보 어려워
테슬라가 본격 자율주행차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미국 최대 전기차 업체의 참전으로 기존 구글 웨이모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자율주행차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중국과의 패권 다툼과 더불어 자국 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며 업계에서는 미국의 자율주행 기술이 눈에 띄는 발전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조용하다. 자율주행 기술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꽉 막힌 국내 규제를 피해 미국, 싱가포르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하루 빨리 투자를 받아야 할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은 탄핵 정국 이후 이어지는 정책공백에 속만 태우고 있다.
테슬라는 22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자율주행 로보(무인)택시 유료 서비스를 위한 시범 운행을 개시했다. 승객들이 지불해야 하는 정액 요금은 4.2달러다. 테슬라의 로보택시는 이날 오전 오스틴 시내에서 운행되는 모습이 포착됐으나 로이터 통신은 운전석에는 아무도 없으나 승객 탑승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스틴은 웨이모의 로보택시가 먼저 운행되고 있는 지역이다. 아마존의 자율주행 부문인 죽스도 이곳에서 운행을 예고하고 서비스 개시를 준비 중이다.
테슬라의 로보택시 진출로 미국 자율주행차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로보택시 시장의 선두주자인 웨이모는 이미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LA), 실리콘밸리, 피닉스, 애틀랜타 등에서 운행 중이다. 유료 탑승 실적도 1000만건을 넘었으며, 유료 운행 건수가 주당 25만건에 달한다.
아마존 죽스도 최근 미 캘리포니아에 로보택시 생산시설을 열었으며, 운행 지역도 라스베이거스에서 샌프란시스코, 오스틴, 마이애미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차 기술 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도전도 무섭다. 중국 바이두는 전 세계에 1000대 이상의 자율주행차를 운영 중이며, 연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신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위라이드, 포니AI 등 중국 업체들이 유럽·중동·동남아 등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양진수 현대차그룹 HMG경영연구원 모빌리티산업연구실장(상무)은 지난 1월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 주관 '신년 세미나'에서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웨이보, 테슬라 등이 치고 나가고 있다"며 "자율주행은 미국과 중국간 경쟁에 의해 더 빠르게 기술이 도입·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반면 한국은 미·중에 비해 작은 시장과 부족한 법제도, 낮은 소비자 수용력 등으로 자율주행차 산업에 뒤떨어졌다는 평이다. 국내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자율주행차는 약 500대에 불과하다. 미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자율주행차 2500대가 다니는 것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이는 결국 데이터 격차로 이어질 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익숙한 경험을 심기 어렵게 만든다.
또 다른 문제는 투자금 확보의 어려움이다. 국내 자율주행차 시장은 스타트업이 이끌고 있다. 미국의 경우 큰 시장과 발달된 벤처캐피털로 작은 기업이 들어와도 몇 조를 조달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 이 정도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곳은 현대차그룹 정도뿐이다. 스타트업은 각종 규제로 인해 자율주행차 수익화를 못하고 있는 상태이기에 투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사고 시 책임 소재 불명확 등 자율주행차 관련 법제도가 미비하기에 업체들이 선뜻 나서서 기술 고도화를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은 물량으로 인해 소비자 수용력이 낮은 것도 문제"라며 "미국과 중국을 따라가기에는 이미 격차가 벌어졌지만, 우리도 기술개발을 계속 진행하며 소비자 수용력 증진, 법제도 완비,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자율주행차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규제를 피해 미국을 자율주행차 기술개발 기지로 삼은 모습이다. 구글 웨이모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미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한 아이오닉 5에 웨이모의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 드라이버'를 장착해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 포티투닷도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차렸으며, 미국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도 최근 인공지능(AI) 전문가 로라 메이저 사장을 정식 선임하며 완전 자율주행시스템 구축에 전념하고 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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