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불안이 심화되며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어디까지 치솟을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시사한 가운데, 지난해 발생한 글로벌 물류난이 재현될 것이란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운임 상승세는 수출기업의 부담으로 이어지며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 물류기업들에게는 실질적인 생존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SCFI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1300선에서 안정세를 보였으나, 이달 들어 2000선을 넘어서며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 20일 기준 중동 노선의 경우 1FEU(40피트 컨테이너 기준)당 운임이 2122달러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39달러 상승했다. 단기간에 이렇게 급등한 흐름은 지난 2021~2022년 팬데믹 이후 이어진 해운 대란 시기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업계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운임 상승이 단순한 가격 이슈를 넘어 국내 산업계 전반에 실질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대형 선사와 달리 운송비 협상력이 떨어지는 중소형 물류기업들은 운임·보험료·연료비 등 삼중고에 직면하고 있으며, 수출 중심의 중소 제조업체들 역시 납기 지연과 수익성 저하라는 이중 압박을 받는 분위기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0% 이상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 해역이 실제로 봉쇄될 경우 선박들은 인도양과 아프리카 남단을 우회할 수밖에 없어 운항 거리와 시간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이는 곧 해운·항공 운임의 전방위적인 상승을 촉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항공 운송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항공사들은 이미 텔아비브 노선 운항을 중단한 상태로, 이란·이라크·시리아 상공을 피한 우회 항로를 선택하고 있다. 항공편 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대부분의 항공사는 카스피해 북쪽 또는 사우디·이집트를 경유하는 남쪽 노선을 사용 중으로 이에 따른 연료비와 운항 시간 증가가 불가피하다. 항공 물류의 운임 상승이 이뤄질 경우 단기적으로는 항공사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지만 유가 급등과 환율 불안정성은 다시금 비용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운임 인상이 회사의 실적 개선으로 직결될 수도 있지만 유가가 동반 상승할 경우 항공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운영비 부담이 커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항공사들은 지난해 연료비 부담으로 인해 수익성 악화를 경험한 바 있어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앞으로의 변수는 해협 봉쇄의 실제 여부와 이에 대한 국제 사회의 대응 속도에 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봉쇄가 현실화되지 않더라도 이미 형성된 위험 프리미엄은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렵고 글로벌 운임과 보험료가 일정 수준에서 고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최남호 2차관 주재로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석유·LNG 도입 상황, 유조선·LNG 운반선 운항 상태, 무역, 공급망 투자 등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전방위로 점검했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은 중동 사태 관계 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회의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는 향후 이란의 대응 양상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각 기관이 중동 사태 동향과 금융·실물경제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라"고 지시했다.양호연기자 hy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