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빅테크 산업이 특정 대기업에만 의존하다보면
독자 기술 확보 어려워 성공 모델 안 나올 것" 조언
성장 요건으로 '민간 중심·자금조달 글로벌화' 강조
독자 기술 확보 어려워 성공 모델 안 나올 것" 조언
성장 요건으로 '민간 중심·자금조달 글로벌화' 강조
![[오늘의 DT인] "AI분야 100조 투자, 민간 주도로 가야… 재벌에 의존하면 한계"](http://contents.dt.co.kr/images/202506/2025061902109932064001[1].jpg "[오늘의 DT인] \"AI분야 100조 투자, 민간 주도로 가야… 재벌에 의존하면 한계\"")
퍼 스테니우스 레달 최고경영자
"정부 주도로 기술에 투자하고, 이를 통해 인공지능(AI) 시장을 육성하려는 방식은 성공적으로 보기 어렵다. 민간 주도 바텀업(Bottom-up) 모델이 필요하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레달의 퍼 스테니우스(사진) 최고경영자(CEO)는 18일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스테니우스 CEO는 이재명 정부의 'AI 분야 100조원 투자' 방향성에 대해 "정부 주도하에 재벌들에게 재원을 나눠주고, 그 플랫폼을 통해 AI를 개발하는 방식은 성공적이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AI 민간 투자 100조원, 'AI 고속도로' 구축, 국가 AI데이터 집적 클러스터 조성, 규제 특례를 통한 AI 융복합 산업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한 'AI 3강 도약'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스테니우스 CEO는 미 실리콘밸리를 예로 들며 정부의 역할과 함께 민간 주도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벤처캐피탈 등 민간이 우량 AI 스타트업 육성을 주도할 수 있는 원활한 투자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게 'AI 3강'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설명이다.
레달이 최근 발간한 '한국 딥테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AI 스타트업에 대한 펀딩 규모는 2021년 1609억원에서 2023년 906억원으로 2년 연속 줄었고, 작년에도 1~3분기 누적으로 702억원에 머물렀다. 스테니우스 CEO는 실리콘밸리와 노키아의 흥망(興亡)을 사례로 들며 국내 빅테크의 성장 요건으로 민간 중심, 글로벌 시각의 자금조달 시장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딥테크 등 기술 분야는 글로벌 게임이다. 창업자, 매니지먼트, 자금 유입도 모두 글로벌화 되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한국회사의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운영부터 자금까지 모두 한국이어야 한다. 이는 매우 구시대적(Old school)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일랜드의 경우 창업자의 국적이나 자금 출처(국가별)가 중요한 것이 아닌, 아일랜드에서 운영하면 자국 회사로 인정한다"며 "한국은 규제, 법률, 벤처캐피탈(VC) 운영 방식 등으로 해외자금 유치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스테니우스 CEO는 국내 빅테크 산업이 특정 대기업에만 의존하다보면 사업기회가 제한적이고 독자 기술 확보가 어려워 성공 모델이 나오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의 재벌 중심 구조로는 혁신이 어렵다고 본다.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사업적 기회가 제한적일 경우 이러한 기술력이 등한시될 수 있다"며 "노키아의 경우 경영난을 겪으면서 회사가 보유한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이 다수 등장했고, 자연스럽게 해외 자본이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핀란드는 파이낸셜(금융) 규제가 유럽·미국과 유사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 조달이 수월했고 리스크가 적었다"고 덧붙였다.
![[오늘의 DT인] "AI분야 100조 투자, 민간 주도로 가야… 재벌에 의존하면 한계"](http://contents.dt.co.kr/images/202506/2025061902109932064001[2].jpg "[오늘의 DT인] \"AI분야 100조 투자, 민간 주도로 가야… 재벌에 의존하면 한계\"")
재벌 중심의 구조적 문제는 지난 12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 서울에서 열린 '레달 CEO 포럼'에서도 제기됐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한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한국 시장은 굉장히 작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기업들은 대부분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분야로, 빅테크가 유니콘이 될 수 있는 기회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 다국적기업, 중소·중견기업으로 구분했을 때 다국적기업은 해외 본사 중심으로 연구개발(R&D)를 한다"며 "중소·중견기업은 혁신 수단으로 빅테크·AI에 투자하기보다 설비 투자 등에 비용을 쓰는 것이 효율적이다. 협업 대상은 사실상 재벌·대기업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빅테크, 스타트업들이 스케일업(Scale up)을 하려면 글로벌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이철민 VIG파트너스 CEO, 필립 반 후프 ING은행 CEO, 박영렬 연세대 경영대 명예교수 등이 참석해 한국 딥테크 생태계 진화 방안을 모색했다.
국내 대기업들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외부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 대기업 벤처투자(CVC) 등 다각도의 상생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드, 현대차그룹 제로원 엑셀러레이터, LG전자 사내벤처 대상 스튜디오341 등이 대표적이다.
스테니우스 CEO는 미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전기공학 박사와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헬싱키 공과대(현 알토대)에서 전기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레달 창립 전 미국의 다국적 경영 컨설팅 기업인 액센츄어와 벤처 캐피털 기업인 스트라토스 벤처스에서 파트너·고위 경영진으로 활동했고, 맥킨지&컴퍼니에서 전략 수립, 프로세스 개선, 합병 등의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레달은 2010년 핀란드에 설립돼 현재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 진출해 있으며, 한국에는 2011년 진출했다.
스테니우스 CEO는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와 인재를 갖춰 딥테크 기반 글로벌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할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정부와 스타트업, 투자자 간 신뢰와 협업을 바탕으로 민간 주도 생태계로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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