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간 뇌물 의혹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사건을 각각 울산·전주 지방법원으로 이송해달라는 신청을 불허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현복 부장판사)는 1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문 전 대통령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같이 밝혔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지난 11일 재판부에 문 전 대통령의 거주지인 경남 양산 관할인 울산지법으로 사건을 옮겨달라며 이송 신청서를 제출했다.
뇌물 제공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이상직 전 의원도 전주지법으로 재판을 이송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허락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두 피고인의 사건은 대향범에 해당해 병합심리의 필요성이 있다"며 "울산지법·전주지법에 사건을 이송하더라도 그 신청 목적이 달성되지 않아 실효에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대향범'은 2명 이상의 대향적(對向的) 협력에 의해 성립하는 범죄를 가리키며, 뇌물죄 등은 범죄 구성요건 자체가 상대방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재판부는 "현실적으로 법원 서중 지원 , 언론 접근성 등에 비춰 신속·공정한 재판 측면에서 중앙지법에서 재판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 측은 이송 신청 당시 "(재판이) 수사에 별다른 영향이 없는데 중앙지법에 기소한 건 순전히 서울에 거주하는 다수 검사를 투입하기 위한 검찰의 편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고령의 문 전 대통령이 거주지에서 법원까지 왕복 8~10시간 거리이며 경호인력도 동반돼야 한다는 배경도 들었다.
형사소송법 제4조 1항은 범죄지, 피고인의 주소, 거소 또는 현재지에 따라 최초의 관할 법원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송 신청이 기각된 뒤, 문 전 대통령 측은 국민참여재판 의사를 밝혔다. 변호인은 "이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길 희망한다"며 신청서 제출을 예고했다.
이에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국민참여재판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준비절차를 한 차례 더 진행하겠다"며 "변호인 측은 속행 기일까지 무관하거나 관련성이 떨어지는 증거는 걸러내고, 공판에 필요한 증거를 선별하려면 기록 열람이 선행돼야 하니 준비절차 이후 신속히 열람 절차를 밟아달라"고 주문했다.앞서 전주지검은 지난 4월24일 문 전 대통령을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 재임기 사위였던 서모씨가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인 타이이스타젯에 취업해 받은 급여 등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이 '이스타 창업주' 이 전 의원을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한 것과의 대가성이 있다고 봤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일이던 지난 5월29일 오전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경남 양산시 하북면 주민자치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