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SK가 장기지속형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주사제 '보카브리아&레캄비스 주사요법'을 국내 출시했다. 이를 기념해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간담회를 열어 국내 HIV 치료의 미충족 수요와 주사제의 임상적 혜택을 공유했다.
HIV 질환은 먹는 약으로 관리가 가능하지만 매일 먹어야 하는 것이 부담이다. 이런 부담은 치료 순응도를 낮추고, 감염인이 조기 치료를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보카브리아&레캄비스 주사요법은 최초 개시 요법으로 2개월 동안 매달 1회씩 주사 후, 유지요법으로 2개월에 1회씩 투여해 1년에 총 6회만 맞으면 된다. 기존 경구제 비해 환자의 고통이 훨씬 덜하다.
김연숙 충남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임상 결과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이 주사요법은 기존 경구제 대비 치료 12개월 시점에 비열등한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주사요법 3b 상 임상연구에서 한국 HIV 감염인 16명을 포함한 아시아 HIV 감염인 참가자의 자료 분석에서도 치료 96주차에 참가자의 83%가 바이러스 억제를 유지했다 정의된 바이러스학적 실패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HIV 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인들이 6개월 이상 규칙적으로 치료제를 복용하면 바이러스가 검출불가 상태에 이르러 타인에게 성접촉을 통해 HIV를 전파시키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전히 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낙인이 만연하다. 감염인 스스로가 갖는 내재적 낙인도 높다"고 지적했다.
HIV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일 뿐 에이즈와는 다른 질환이다. HIV가 몸 속에 침입해 면역 기능을 떨어뜨려 감염인의 면역세포 수 200/㎕ 미만이 되면 에이즈가 된다. 또한 HIV는 다양한 치료제 발전으로 바이러스가 효과적으로 억제됨에 따라 평생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 됐음에도 여전히 감염인들은 다양한 심리적·사회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국내 HIV 감염인 단체 러브포원이 감염인 16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감염인들은 주요 어려움으로 '주변에서 감염사실을 알게 될까 두려움'(7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매일 정시 복용하거나 공복에 복용해야 하는 등 복용 방법의 불편함(53%), 치료제 복용 시마다 감염 사실이 상기돼 우울감 또는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점(51%) 등을 언급했다.
최 교수는 "HIV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감염인의 치료 순응도에 영향을 미쳐, 조기 치료와 지속적인 치료를 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실제로 감염 사실을 숨기고 치료제 복용을 거르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교수가 17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한국GSK 보카브리아·레캄비스 주사요법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GSK 제공
김연숙 충남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17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한국GSK 보카브리아&레캄비스 주사요법 출시 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