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亢龍有悔 窮之災也 <항룡유회 궁지재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506/2025061302102369058003[1].jpg "[古典여담] 亢龍有悔 窮之災也 <항룡유회 궁지재야>")
높을 항, 용 룡(용), 있을 유, 뉘우칠 회. 궁할 궁, 어조사 지, 재앙 재, 어조사 야. '하늘 높이 오른 용은 뉘우침(회환)이 있다. 궁극에 이르른 데 따른 재앙이다'라는 뜻이다. 유학(儒學) 사서삼경(四書三經)의 하나인 주역(周易)의 건괘(乾卦)를 풀이한 것이다. 64개의 괘 중 건(乾)과 곤(坤) 두 괘를 설명한 문언전(文言傳)에 나온다.
주역은 사람이 올바르게 세상과 대하는 처세(處世)와 점복(占卜)을 다룬 책으로, 건괘에서 시작해 미제(未濟)괘로 끝난다. 건괘는 하늘(天·천)이 겹친 모양으로 중천건(中天乾)이라고 부른다. 괘를 이루는 첫 효부터 여섯번째 효까지 모두가 양(陽)인 극강의 효다. 공자는 양을 대표하는 용(龍)의 발전 모습으로 각 효를 설명한다. 가령 초구는 물에 잠겨있는 용(潛龍·잠룡), 두번째 구는 모습을 드러낸 용(見龍·현룡), 네번째 구는 못에 있는 용(躍在淵·약재연), 다섯번째 구는 날아오른 용(飛龍·비룡), 마지막 여섯번째 구는 높이 나는 용(亢龍·항룡)이다. '항룡'은 한 사람의 운세나 사물의 기운이 극(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으니 추락할 일만 남았고, 그래서 재앙이 있는 것이다. 주역에서 말하는 처세와 인생의 지혜는 늘 올바르고 삼가며 조심하는 것이다. 주역 각 괘의 효(爻)를 풀이하는 상전(象傳)에는 '정 길'(貞 吉)이라는 표현이 많다. '올바르면 길하다'는 뜻이다.
건괘를 풀이한 상전은 '천행건 군자이자강불식'(天行健 君子以自强不息)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하늘의 운행이 굳세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스스로 힘써 쉬지 않는다'는 의미다. 변함없이 뜨고 지는 해와 달의 모습에서 인간이 배워야 할 삶의 교훈을 이끌어냈다. 주역은 '변화의 사상'을 담고 있다. 유명한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극에 이르면 변하고, 변하면 통함이 생기고, 통하면 오래 지속할 수 있다)가 그것이다. 극(極)에 이르면, 시들어지는 게 대자연의 이치다. 꽉 차면 오래가지 못한다(盈不可久·영불가구)라고 했다. 항룡이 오래 자리를 지속하고 몸을 보존할 수 있는 길은 모든 일에 신중하고 자신을 낮추는데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부귀와 권력에 취해 그렇지 못한 게 대부분이다. 그런 자리일수록 "강위에 설 얼은 얇은 얼음을 밟듯, 호랑이 꼬리에 올라타듯" 늘 신중하고 조심하라는 게 선인(先人)들의 가르침이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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