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앱 임차권등기 설정·경매 진행 매물 급증
보증금 못줘 올해 임차권등기 신청 1.3만건 '역대최고'
주변시세보다 낮춰… 전입 미신고 유도·타 물건 소개
중개앱 운영사 표시 강제 안해… 사후처리만 진행 중
보증금 못줘 올해 임차권등기 신청 1.3만건 '역대최고'
주변시세보다 낮춰… 전입 미신고 유도·타 물건 소개
중개앱 운영사 표시 강제 안해… 사후처리만 진행 중
![[기획] 전입신고 안되는 미끼 매물 활개… 전세사기 2차피해 우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6/2025061302100363046001[1].jpg "[기획] 전입신고 안되는 미끼 매물 활개… 전세사기 2차피해 우려")
최근 직방과 다방,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 등 부동사 중개 앱에 전입신고가 불가능한 매물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임차인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임차권등기'가 설정되거나, 이미 경매가 진행되고 있어 전입신고가 불가능한 물건을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광고하고 있다.
1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집합건물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1만316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4만7353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 올해 신청 건수가 일부 줄었지만, 여전히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월간 2000건 이상이 발생하고 있다.
임차권 등기는 전세나 월세 계약 만료 이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설정한다. 임차인이 이사를 가더라도 임차권이 등기부에 기재돼 있다면 해당 보증금에 대한 우선권을 유지할 수 있다.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아지고, 전세사기 등으로 전세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집주인과 공인중개사가 임차권등기를 설정하거나 경매가 시작된 집을 재차 임대매물로 내놓으면서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험한 물건을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광고하는 방식이다. 경매가 개시된 곳은 전입신고가 불가능하고, 임차권등기가 설정된 곳은 전입신고를 할 경우 이전 세입자에게 곧바로 돈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임대인이 전입신고를 하지 않도록 유도한다.
실제 직방, 다방, 피터팬, 네이버부동산 등 주요 부동산 중개 앱에서 주변 시세보다 10~20만원씩 낮은 매물을 무작위로 10곳 선정해 문의한 결과, 10곳 모두 전입신고가 불가능하다는 안내가 돌아왔다.
이 매물을 광고한 한 공인중개사는 "주변보다 싼 가격에 나온 것들은 다 전입신고가 불가능한 물건이라고 보면 된다"며 "전입신고 안해도 된다고 하면 보여드릴 순 있지만,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다른 매물을 보는 것을 추천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방이든 다방이든 네이버부동산이든 어떤 앱을 봐도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기획] 전입신고 안되는 미끼 매물 활개… 전세사기 2차피해 우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6/2025061302100363046001[2].jpg "[기획] 전입신고 안되는 미끼 매물 활개… 전세사기 2차피해 우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만약 임차인이 이 같은 사실을 모두 알고도 해당 집에 들어가겠다고 한다면, 이를 중개하는 것이 불법은 아닌 상황"이라며 "다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집을 중개했다면 문제가 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새로운 거주지에 전입할 경우 14일 내 의무적으로 전입신고를 해야 하지만, 부동산 중개 앱 운영사가 전입신고 가능 여부는 확인하지 않으면서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주요 부동산중개 앱 가운데 전입신고 가능 여부를 표시하고 있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직방 측은 전입신고 여부를 매물등록 단계에서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만큼 사후 적발이나 신고를 통해서 소비자를 오도하는 기만, 과장광고 행위가 반복된 것이 확인될 경우 계약해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복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임차권등기가 설정된 곳이나 경매에 넘어간 집을 다시 다른 임차인에게 임대하는 것은 사실상 남의 물건을 가져와 파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대규모 전세사기 이후 나타난 후폭풍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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