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12일 가공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고, 식품 원재료 가격 하락분을 조속히 소비자가격에 반영할 것을 업계에 촉구했다.
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업계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원재료 가격 하락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고, 실질적인 가격 인하를 시행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기업들의 비용 절감을 위한 지원 효과가 소비자가에도 반영되고 있는지 정책 시행 결과에 대해서 끝까지 모니터링해 물가 안정화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가공식품 가격 인상은 올해 대통령 선거 직전까지 이어졌다.
협의회가 작년 하반기부터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을 살펴본 결과, 60여개의 업체에서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그 중 가공식품 관련 업체는 34곳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주요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원재료들인 원맥(소맥분), 대두, 대두유의 가격 추이는 2022년부터 큰 하락세를 나타냈다고 협의회 측은 설명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라면의 주 원재료인 원맥(소맥분)의 올해 1~4월 평균 가격은 2022년 대비 22.6% 하락했으나, 같은 기간 라면(신라면·삼양라면·진라면의 1봉 평균 가격,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체 조사)의 평균 가격은 오히려 7.4% 올라갔다.
다른 주요 가공식품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대두 역시 2022년 대비 2023년 평균 가격이 -9.9%, 2023년 대비 2024년 평균 가격이 -25.6%, 2024년 대비 2025년(1~4월) 평균 가격이 -12.5%였다. 특히 22년 대비 25년(1~4월)의 평균 가격이 -41.3%까지 급격하게 하락하며 눈에 띄는 가격 안정세를 보였다. 대두유 역시 같은 흐름세를 보였는데, 2022년 대비 2023년 평균 가격이 -5.7%, 2023년 대비 2024년 평균 가격이 -9.5%, 2024년 대비 2025년(1~4월) 평균 가격이 -5.3%, 2022년 대비 2025년(1~4월) 평균 가격이 -19.2%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원재료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해인 2022년 5월 대비 2025년 5월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8.2% 상승했고, 가공식품의 물가지수는 13.6%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라면도 주원재료인 소맥분의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2022년 5월 대비 2025년 5월 라면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4.2% 상승했다. 빵 역시 2022년 5월 대비 2025년 5월 19.4%까지 물가지수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식용유는 가장 큰 폭으로 가격 인상한 후 지난해부터 소폭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로 나타났다.
협의회는 "이처럼 가공식품들의 주요 원재료 가격이 몇 년간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소비자 가격 인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뿐만 아니라 가격 인상까지 단행하며, 실적 개선에 집중하는 듯 보인다"라며 "주요 가공업체들의 2023년 대비 2024년도 영업이익 크게 개선됐는데 이는 원재료 비용 절감과 가격 인상의 효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또 협의회 "현재 장보기를 하는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특히 서민 계층의 물가 부담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더욱이 가공식품을 포함한 식품 물가 상승은 외식 물가에도 영향을 미쳐 3년 전 2022년 5월 대비 2025년 5월, 각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는 햄버거 23.5%, 김밥 20.9%, 치킨 13.0%, 김치찌개 15.8%나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소비자교육중앙회, 한국여성소비자연합, 한국YWCA연합회,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교육원, 한국YMCA전국연맹, 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한국부인회총본부, 대한어머니회중앙회, 미래소비자행동 등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