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서에서 조합원 1인당 2000만원의 '통상임금 위로금'을 사측에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이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하며 소급 적용이 제한됐으나 이에 배치되는 주장으로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정책으로 인해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고수하는 것은 노사 상생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8~29일 진행한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참석대의원 279명 중 149명(53.4%)의 찬성으로 '통상임금 대법원판결에 따른 위로금·격려금 지급 요구의 건'을 통과시켰다. 이는 회사가 조합원들에게 2022~2024년 3년 치 통상임금 위로금 2000만원씩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작년 12월 대법원은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산입해야 한다고 판결하며 해당 소송을 제기했던 현대차 조합원 2명과 한화생명보험 전·현직 근로자들 등 소송 당사자들에 대해서만 소급 적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노조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던 조합원들도 소송 시 승소했을 것이란 이유로 위로금 또는 격려금 형태로 이를 보상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일반적인 법적 소급 기한이 3년인 점을 고려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됐을 때 늘어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추가됐을 각종 수당 차액을 계산하면 조합원 1인당 평균 200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차 조합원이 4만1000명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위로금 규모는 총 82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노조가 실제 이 안건을 올해 임단협 테이블에 올려놓을 시 법적 논란과 함께 큰 갈등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대법원의 판결을 사실상 어기는 안을 내놓음과 동시에 현대차가 동종 업계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큰 파장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사 측은 법적인 문제로 통상임금 위로금을 다루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 같은 협상이 진행되는 것 자체가 추후 진행된 현대차그룹 계열사 임단협과 완성차 및 부품사 임단협에도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이 같은 안을 꺼내든다면 현대차그룹 타 계열사도 검토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자동차 업계뿐 아니라 타 산업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가뜩이나 올해 미국발 자동차 관세로 경영 불확실성이 높은데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계속 제시해 임단협 타결이 늦어지면 그에 따른 피해도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노사는 오는 18일 상견례를 열고 올해 임단협 교섭을 시작할 예정이다. 올해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전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을 현재 60세에서 국민연금 수령 개시 전년 연말(최장 64세)로 연장, 퇴직금 누진제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이 울산공장 등에서 2021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해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