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과 함께 미디어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이 변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부상, 레거시 미디어 위축 속에 산업 생태계 전반에 구조적 전환이 요구된다. 이에 미디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 완화보다 '진흥' 중심의 정책 기조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12일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서울 정동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열린 '새정부 출범에 대응한 미디어 산업 진흥의 주요 쟁점과 정책 방향' 간담회에서 "'글로벌화'와 '진흥' 중심의 정책 프레임 적용이 중요하다"며 "미디어 산업 진흥을 위한 '굿 미디어 거버넌스' 수립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글로벌 소프트파워 빅5' 문화강국 전략을 내세웠다.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국가전략산업화 등을 통해 글로벌 미디어 강국의 토대를 구축한다는 방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책금융과 세제 혜택 등을 강화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노 소장은 콘텐츠 수출, 문화외교, 청년 일자리 창출에 이르기까지 미디어 산업이 파급력을 지닌 핵심 영역인 만큼 산업 전반을 조망하고 책임질 수 있는 '굿 미디어 거버넌스' 구축이 우선 과제라고 진단했다.
현재 미디어 산업은 전방위적인 위기와 기회의 경계에 놓여 있다.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는 △레거시 방송 쇠락 △낡은 규제 구조 △디지털 환경에 대한 정책 부재 등을 산업 위기의 삼각 요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낡은 규제' 등 환경 변화에 맞는 정책적 대응이 이뤄지지 못하고 이를 방치하면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콘텐츠 산업은 투자 대비 리스크가 크지만 경제적 효과가 막대해 '진흥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2023년 한 해 동안 한류로 인한 생산 유발효과는 32조4147억원, 부가가치 유발은 15조원을 넘어섰으며, 취업 유발효과만 19만명에 달했다. 가령 넷플릭스가 제주도를 배경으로 제작한 드라마인 '폭싹 속았수다'는 지역 경제 활성화의 대표 사례로도 꼽힌다.
K-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과 협업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 소장은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업은 콘텐츠 투자 확대, 청년 고용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 등 다층적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며 국내 플랫폼도 글로벌화를 지향하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또한 정책금융, 세제 혜택, 콘텐츠 연구개발(R&D) 등 인센티브의 다양화와 유연한 집행체계 마련을 제안했다. 노 소장은 "실질적인 투자 여력이 있는 사업자라면 규모와 무관하게 과감한 지원 필요하다"며 "규제는 대폭 완화하고 인센티브를 사업자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유연하게 적용해 진흥에 친화적인 정책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로 나뉜 정책 영역을 통합하고, 크로스 미디어렙 제도 도입과 방송 광고 규제 완화 등 시장의 숙원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디어·콘텐츠 거버넌스를 개편해 파편화된 정책 기능을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글·사진=김나인기자 silkni@dt.co.kr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이 12일 서울 정동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열린 '새정부 출범에 대응한 미디어 산업 진흥의 주요 쟁점과 정책 방향'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