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퀄컴의 협력이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뿐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 디스플레이까지 확장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최근 퀄컴의 자회사인 '오토톡스'의 차량용 반도체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토톡스는 퀄컴이 지난 2021년 출시한 차량 플랫폼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의 통신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2023년 인수한 기업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미세공정 난이도는 낮지만 대신 안전을 담보할 만한 높은 신뢰성 확보가 필요하다. 안전이 최우선 고려사항이기 때문에, 한번 거래를 맺으면 최소 수 년 단위의 장기 공급을 할 수 있다.
삼성과 퀄컴 간의 협력은 이 뿐만이 아니다. 퀄컴은 지난 2월 삼성디스플레이와도 차량용 스냅드래곤 콕핏 데모 키트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공급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퀄컴은 지난해 8월 삼성전자로부터 차량용 LPDDR(저전력 더블데이터)4X 메모리를 공급받기 시작한 이래, 디스플레이·파운드리 전 부문으로 협력의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 중심의 파운드리 일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차량용 반도체 고객을 확보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AI 데이터센터와 달리 신뢰성과 안전성, 장기 공급 능력이 핵심이라는 특징을 가진다"고 말했다.
향후 삼성과 퀄컴의 협력이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전반의 플랫폼 공동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아직 자율주행 및 AI와 관련된 표준화가 미완성 단계이지만, 성장성은 분명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오는 2028년 128억9300만달러(약 17조6000억원)로 성장해, 2023년 62억8300만달러 대비 2배 규모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신규 파운드리 공장과의 연계 가능성도 주목된다. 현재 오스틴 공장에서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차량용 칩은 14나노 공정이지만, 향후 테일러 공장에서 구축 중인 4나노 이하 선단 공정으로 협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퀄컴이 모바일 AP용 칩 생산을 TSMC에 맡기면서 삼성과의 동맹의 끈이 약해졌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차량용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장 분야에서 협력의 폭을 넓히고 있다"며 "삼성 파운드리가 AI 고성능 연산 칩 외에도 차량용처럼 최적화가 필요한 영역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퀄컴 차량용 솔루션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에 탑재되는 삼성전자의 차량용 메모리 LPDDR4X 모습. 삼성전자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