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구조·기준 논의
배드뱅크 통한 대규모 원금 탕감 관측
새출발기금 차별화 작업
배드뱅크 통한 대규모 원금 탕감 관측
새출발기금 차별화 작업
8일 금융당국과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코로나19 대출 탕감·조정 논의를 본격화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공약한 배드뱅크를 통해 대규모의 원금 탕감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배드뱅크는 자영업자의 부실 자산을 인수·정리하는 전문 기관이다. 통상적으로 운용 손실은 정부 재정으로 보전하는 구조다.
이재명 정부의 배드뱅크는 일반 장기 소액 연체채권 소각을 목적으로 하되, 일정한 요건을 갖춘 소상공인·자영업자도 채권 소각 대상에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이번 배드뱅크 구조를 구체화하며 지난 2022년 10월부터 운영한 새출발기금 운용 경험을 참고할 계획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채무조정 신청 채무액은 20조3173억원(차주 수 12만5738명)이다. 이 중 새출발기금이 직접 부실채권을 인수해 원금을 감면해주는 '매입형 채무조정' 방식으로 2조9609억원(3만3629명)에만 약정 체결이 이뤄졌다.
원금 감면 없이 금리와 상환 기간을 조정하는 '중개형 채무조정' 규모는 2조8388억원(3만7950명)이다. 총 약정 체결 규모는 5조7997억원에 그쳤다. 상환 한계인 약 15조원 규모의 채무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짓누르는 것이다.
수요가 계속 늘어나도 약정 체결률이 28% 수준에 불과한 이유는 까다로운 신청 절차와 조정까지 길게는 1년 이상씩 걸리는 느린 속도 등이 꼽힌다. 캠코 측은 새출발기금은 자활 의지가 있는 채무자로부터 신청받은 뒤 채권을 인수하는 구조로 금융기관 채권을 일괄 인수한 뒤 신청을 받던 과거 채무조정과 다른 방식이라고 했다. 다만 신청과 인수 사이에 시점이 벌어지며 (승인이나 체결) 숫자가 실제와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대다수가 탈락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재명 정부의 배드뱅크는 지원 규모와 속도 면에서 선명한 부채 탕감·조정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 중 약 50조원(만기 연장 47조4000억원+원리금 상환 유예 2조5000억원)이 오는 9월 말 만기가 도래한다는 점도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유동성 문제를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에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를 제공했다. 이 중 50조원에 달하는 코로나19 대출의 만기가 조만간 돌아오며 파격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배드뱅크 재원 조달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 재정 투입과 은행권 등 민간 금융회사들의 공동 출자 방식 등이 거론된다. 은행권은 서민 지원이라는 정책 취지에 공감하며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미 2조원이 넘는 상생금융 자금을 내놓은 만큼 추가 부담은 자산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빚 탕감을 해주는 건 그간 성실하게 상환한 차주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금융 부실도 우려된다. 캠코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200%를 돌파했다. 2022년 말 145.13%에서 2023년 말 181.73%, 지난해 말 213.73%로 급증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