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지 여부는 미·중 관세협상 결과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화해 분위기로 갈 경우 글로벌 수요 증가세가 본격화 될 수 있으며, 그 반대일 경우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8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오는 3분기 D램 고정거래가격은 전 분기 대비 8~13%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범용 제품인 PC용 DDR4 가격이 13∼18% 상승할 전망이다. 이는 당초 서버용은 5∼10%, PC용은 3∼8%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던 것에 비해 상향 조정된 수치다.
업계에서 구형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신제품보다 강한 흐름을 보이는 것을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신형인 DDR5 가격도 오름세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서버용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며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전방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에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수요가 한정됐지만, 최근에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자체 AI 인프라 확장에 나서 DDR5 수요가 넓어지고 있다.
엔비디아가 지난달 중동 지역에 AI 칩을 공급 대하기로 한 점도 메모리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중동은 그간 AI 칩 수요가 발생하지 않던 지역이다. 이는 기존 북미 중심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중동·유럽 등으로 다변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세트업체들의 선주문 수요가 2분기 반짝 효과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들어서는 하반기에도 추가 주문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며 "동시에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수요도 확대돼 메모리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영향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전망도 가파르게 상향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으로 증권사들이 예측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6조8692억원과 8조7538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두 자릿수 이상 상향 조정됐다. 메모리 평균판매단가(ASP) 상승폭이 기존 예상보다 크고, HBM과 같은 AI용 고사양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블랙웰 울트라의 실질적인 수요가 2026년 이후일 것을 고려하면, 메모리 수요는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또 중동 국가들의 AI 투자가 더해져 기존 전망보다 메모리 호황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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