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식초부터 불닭볶음면까지 중동의 K-푸드 바람
빈 살만 개혁 이후 열린 공연장, 영화관...한류 바람과 맞물려
빈 살만 개혁 이후 열린 공연장, 영화관...한류 바람과 맞물려
![[중동 후]니하오 대신 `안녕하세요`…사우디를 흔든 K-컬처](http://contents.dt.co.kr/images/202506/2025060802109902032001[1].jpg "[중동 후]니하오 대신 `안녕하세요`…사우디를 흔든 K-컬처")
사막의 열기 못지않게 중동에서 체감한 K-컬처에 대한 관심은 뜨겁고도 생생했다. 마트에 들르면 식초. 참기름 등 한글 표기 제품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라면코너에서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놓인 건 한국의 대표 매운 음식인 '불닭볶음면'이다. 드라마, 먹방, K-POP 가수가 즐기는 메뉴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보니, 현지에서도 한국 음식의 인기가 뜨겁다.
익명을 요청한 사우디 현지인은 "유튜브나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자연스럽게 한류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행 라면 수출액은 1128만달러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다. 전체 라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1%이며, 2019년 이후 연평균 31.5%의 성장세를 보인다. 같은 해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액은 1502만달러로 1년 전보다 12.8% 줄었지만, 2019년 이후 수출액은 연평균 40.2% 증가했다.
사우디에서 K-컬쳐가 확산한 데에는 중동 전역을 휩쓴 개방의 흐름이 한몫했다. 현지인들에 따르면 과거에는 카페에서조차 가요를 듣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슬람의 보수적인 근본주의 교파인 와하비즘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면서, 고전음악은 물론 대중음악까지 일절 배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개혁 드라이브 이후 사우디에도 경직된 문화의 틈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2016년 엔터테인먼트청(GEA) 출범 이후, 사우디는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 동석 공연 관람을 공식 허용했다. 당시 공연에서 여성 가수와 연주자들이 히잡 없이 무대에 오른 모습은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후 사우디는 영화관과 콘서트장 운영을 공식 허용했고, '비전 2030'에는 2030년까지 영화관 300개 이상을 세우겠다는 목표도 담겼다.
![[중동 후]니하오 대신 `안녕하세요`…사우디를 흔든 K-컬처](http://contents.dt.co.kr/images/202506/2025060802109902032001[2].jpg "[중동 후]니하오 대신 `안녕하세요`…사우디를 흔든 K-컬처")
이처럼 한류를 향한 현지의 뜨거운 반응은 사우디가 추진 중인 문화 개방 기조와도 맞물린다. 사우디는 전통적인 석유 의존형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빈살만 왕세자는 2030년까지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목표로, 사우디 도시 3개를 세계 100대 도시 반열에 올리고, 문화·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국내 가계 지출 비중을 2.9%에서 6%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일환으로 리야드 외곽에 조성 중인 '키디야(Qiddiya) 프로젝트'는 왕국 최대 규모의 문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복합 지구로 대규모 엔터테인먼트 인프라 구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우디=강승구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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