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마음을 밝히는 명화 속 108가지 꽃 이야기](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2002102369058002[1].jpg "[논설실의 서가] 마음을 밝히는 명화 속 108가지 꽃 이야기")
화가들의 꽃
앵거스 하일랜드·켄드라 윌슨 지음 / 안진이 옮김 / 푸른숲 펴냄
삶에 지칠 때 꽃 한 송이에 위로받을 때가 있다. 환하게 핀 모습은 그대로 나의 마음에 전해진다. '화가들의 꽃'은 산드로 보티첼리 같은 르네상스 시대 화가부터 데이비드 호크니를 비롯한 현대 화가까지 48명의 화가들이 그린 108가지 꽃 그림을 담은 책이다. 생생한 붓질이 느껴지는 고화질 도판과 함께, 영국 그래픽 디자이너와 원예 전문 작가의 해설이 곁들여져 감상하는 즐거움이 커진다. 작품 사이사이 수록된, 꽃과 예술에 대한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깊은 체험적 진리를 표현한 아포리즘은 메마른 삶에 윤기를 주기 충분하다.
강렬한 색감과 화풍으로 대표되는 야수파의 거장 마티스는 "장미 한 송이를 그리기 위해서는 지금껏 그려진 모든 장미를 잊어야만 한다"며 온화함이 감도는 꽃 그림을 곧잘 그렸다. 인상파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네가 인생의 끝자락에 주로 다룬 소재도 꽃이었다. 건강이 악화돼 파리에 머물렀던 시절, 문병 온 손님들이 선물한 꽃을 가볍고 빠른 터치로 포착했다. 미국 화가 오키프의 꽃들은 다양한 해석의 장을 열어놓는다. 보티첼리, 워터하우스, 호크니 등도 자기만의 꽃 그림을 그렸다. 같은 장미 그림일지라도 지중해 연안의 온화한 빛이 깃든 마티스의 장미('창가의 사프라노 장미')와, 어느 여름 어슴푸레한 황혼녘서 자그맣게 빛나는 영국 화가 사전트의 장미('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는 서로 달라 화가들의 마음을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다. 작품의 매체 또한 유화, 수채화, 판화, 사진 등 다채롭다.
화가 찰스 레니 매킨토시는 "예술은 꽃이고, 인생은 초록 잎이다"라고 말했다. 꽃에서 영감을 받고 스스로를 치유했던 화가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구겨진 가슴을 펴고 싶은 날, 유난히 지친 날 책장을 넘기다 보면, 꽃에 가만히 눈길을 내어줬던 화가들의 고요한 아틀리에에 초대받은 듯 마음에 평온이 깃드는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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