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종 'BPF 도어' 계열로
장기간에 걸친 해킹 시도
특별한 금전 요구도 없어
정치적·군사적 목적 우려
장기간에 걸친 해킹 시도
특별한 금전 요구도 없어
정치적·군사적 목적 우려
![[기획] "中 해커집단 소행설 무게… 중국 정부 지원 가능성"](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2002100331029001[1].jpg "[기획] \"中 해커집단 소행설 무게… 중국 정부 지원 가능성\"")
"이번에 사용된 악성코드와 공격 양태를 보면 지금까지 본 것보다 정교한 분석작업이 필요하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실장은 19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민관합동조사단 2차 결과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잠재된 위험을 파헤치지 않으면 큰 위험 있다는 판단에 조사 자체를 강도높게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획] "中 해커집단 소행설 무게… 중국 정부 지원 가능성"](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2002100331029001[2].jpg "[기획] \"中 해커집단 소행설 무게… 중국 정부 지원 가능성\"")
SK텔레콤 해킹 사태가 밝혀진지 약 한 달 여 기간이 지났지만 해킹 공격 주체와 해커 정체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해킹 공격이 3년간 장기간에 걸쳐 이러진 것으로 파악되면서 국가 단위 차원의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SKT 유심 정보 해킹 배후로 중국 정부 지원을 받는 해커 집단이나 국가 단위 해킹 시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번 해킹 사태는 대규모로 일어났지만, 그간 돈을 목적으로 이뤄졌던 해킹들과는 전개 양상이 다르다. 금전을 요청하거나 다크웹에 개인 정보 거래를 시도하는 정황도 아직까지 포착되지 않았다. 때문에 국가 차원의 안보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또한 이달 7일 해킹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이번 사태를 '기업 보안' 문제가 아닌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이는 보안 문제가 아니라 국방이라고 생각해야 할 문제"라며 "국방 상황을 지혜롭게 짜고 안보 체계를 제대로 세운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기업의 해킹 문제에 대해 사과하며 '국방'을 언급한 것은 의미심장하다는 해석이 당시에도 나왔다. 속시원히 말 못할 뭔가가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번 해킹 사태에서 발견된 25종 악성코드 중 24종은 'BPF(Berkeley Packet Filter) 도어' 계열 악성코드로 밝혀졌는데 이는 중국 관련 해커 조직이 활용한 적이 있는 코드다.
글로벌 보안업체 트렌드마이크로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커조직 '레드멘션'이 한국을 포함해 홍콩, 미얀마,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와 중동의 통신사, 금융사 등을 대상으로 사이버 스파이 활동을 벌였다고 분석했다. 당시 사용된 방식은 BPF 도어였다. BPF도어는 컨설팅사 PWC사의 위협 보고서를 통해 최초로 알려진 사이버 공격 수법으로 중국 기반 해킹 그룹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BPF도어는 정상 시스템처럼 위장해 탐지를 피하고 네트워크 트래픽을 위장해 방화벽 탐지를 우회하면서 은밀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정보 수집 및 보안 작업 인원이 최대 6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일부 중국 해커들은 정부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3월 "미국 국가 안보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한다고 판단돼 '커버드 리스트'에 포함된 중국 기업들의 미국 내 운영에 대한 대규모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국가 기간 통신망 역할을 하는 SKT 해킹에 중국 해커 등 국가 배후 조직이 관여됐다면 단순 금전 탈취가 아니라 정보수집 등을 통한 정치적·군사적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SKT는 이날 일일브리핑에서 트렌드마이크로가 밝힌 국내 통신사 대상 BPF도어 공격은 SKT가 당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이들이 악성 파일 개발에 사용되는 소스 프로그램을 오픈소스로 개방하면서 공격자를 특정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이번 해킹 사태에 대해 △전례 없이 강도 높은 조사 △투명한 과정 △피해방지 대책을 강구 등 세 가지 원칙으로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2일부터 '통신사 및 플랫폼사 보안점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매일 또는 주 단위로 점검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또한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공공기관은 국가정보원 주관으로 점검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민간, 공공 분야 모두 신고된 피해사례는 없다. 류 실장은 "SKT 이외에도 다른 통신사나 플랫폼 기업, 공공기관 등의 해킹 우려가 있는 만큼 피해나 공격 여부를 동시다발적으로 대응·점검하고 있다"며 "특히 선거기간에 증가할 수 있는 사이버공격 정부 대응 체제를 높이기 위해 사이버위기 단계를 상향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해킹 주체 등은 경찰 등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이 담당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SKT 해킹 사건과 관련해 내부자 연루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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