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선거는 `패거리 비즈니스`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1902102269061002[1].jpg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선거는 `패거리 비즈니스`다")
패밀리 비즈니스(family business)를 번역하자면 가족 경영이다. 즉, 2명 이상의 가족 구성원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가족은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다. 그렇기에 가족은 기업 경영에서 종종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 영역에서 가족의 참여는 부정적 뉘앙스를 갖는다. 권력자 주변에서 이권을 탐하는 사람과 연루되기 쉽기 때문이다.
선거는 패거리의 힘에 좌우된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 혼자 힘으로 당선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는 후보자 개인에 대한 투표뿐만 아니라 후보자가 속한 정당에 대한 투표의 성격도 갖는다. 해당 정당이 내세운 정강과 정책, 과거 활동을 눈여겨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후보자 개인 뿐만 아니라, 패거리인 정당과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올바르게 사용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패거리 정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2017년 당내 대선 후보 경쟁에서 그는 문재인-안희정 후보에 밀려 3위였다. 당시 당은 친문과 86세력이 장악하고 있었다. 이 후보는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후보 공천과정에서 친문계 대신에 원외 친명계를 대거 공천하는 이른바 '비명횡사'를 단행했다. 친이재명 패거리로 재구조화된 민주당은 대권 장악을 위해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 캠프에서는 불협화음만 계속 나오고 있다.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유력 인사들이 선대위 참여에 거리를 두고 있는 데다 소속 의원들도 소극적으로 선거에 임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국민의힘은 17일 각 의원실에 권성동 원내대표 이름으로 "국회의원 일일 선거 지원 활동 보고를 제출하라"는 내용의 공문까지 보냈을까.
무엇보다 대통령 후보 본선 경선에 참여했던 한동훈-홍준표 후보는 경선 직후 유세 현장에서 사라졌다. 안철수 의원만 김문수 후보 옆에서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 자신이 후보가 되면 다른 후보가 열심히 뛰어줄 것을 기대했으면서도, 낙선 이후 보이콧하는 모습은 외부인이 보기에도 민망하다.
홍준표-한동훈 후보는 더구나 당 대표를 지낸 인사들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경선에서 떨어지자 바로 탈당과 함께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대선 후보 경선 참여의 의미를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 설사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한 서운함이 있더라도 탈당은 선거가 끝난 뒤에 감행했어야 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대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되었는데도 한동안 참여를 미적거리다가 윤 전 대통령의 탈당 이후에야 선거운동에 본격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선대위 참여 조건을 먼저 내세운 것은 옹졸한 결정이었다.
지난 10일 새벽 국민의힘에 기습 입당했던 한덕수 전 총리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무임승차로 대선 예비후보로 공고되었으나 당원 투표에서 후보 교체 안이 부결되면서 정치무대에서 사라졌다. 같은 당 후보를 위해 미디어 앞에 나서지도, 대중 연설에 나서지도 않고 있다. 뜨내기 후보였음을 스스로 고백할 뿐이다.
김영삼·김대중·김종필의 3김 시대 이후 강력한 계파정치는 청산되었다. 하지만 후보 주변의 동료 집단은 여전히 중요하다. 혼자서는 대의를 도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설사 운 좋게 권력을 잡더라도 패거리가 없다면 그 권력을 유지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무리수는 패거리 유지에 실패한 결과였다. 그는 소수 충암고 선·후배들에게만 의존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국민 반감도가 높은 후보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정책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국민도 많다. 그럼에도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50% 넘게 나오는 것은 대안이 없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신뢰할 수 있는 수권정당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정당에게 국민은 대통령 권력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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