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후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대선 후 정계복귀를 시사했다. 자신의 정계은퇴는 국민의힘에서 은퇴한다고 밝히며 더불어민주당으로 향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홍 전 시장은 15일 자신의 지지자들과 소통하는 플랫폼인 '청년의꿈'에 "다섯 번의 국회의원은 당 도움 아닌 내 힘으로 당선된 것"이라며 "두 번의 경남지사는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의 집요한 견제와 음해 속에 내 힘으로 경선에서 이겼고, 한 번의 대구시장도 당의 집요한 방해 속에 터무니 없는 패널티를 받고 경선에서 이겼다"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국민의힘을 향해 연일 비판의 메시지를 남긴 홍 전 시장을 향해 권영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당에서 두 번의 대권 도전, 두 번의 광역단체장 당선, 수차례 국회의원 당선을 한 분이 이제 와서 이러면 안된다"며 "타고난 인성은 어쩔 수 없나 보다"라고 비판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그는 또 댓글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그 당이 내게 베풀어 준 것은 없다"며 "박근혜 탄핵 이후 궤멸된 당을 내가 되살렸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3년 전 윤석열에게 민심에서 압승하고 당심에서 참패했을때 탈당할려고 했으나 마지막 도전을 위해 보류했다"며 "이번 경선에서도 사기 경선을 하는 것을 보고 내 청춘을 묻은 그 당을 떠났다. 국민의힘에서 은퇴한거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 하와이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놀러온 게 아니고 대선을 피해 잠시 망명 온 것"이라며 "대선 끝나면 돌아가겠다"고 언급했다. 정계 자체에서 은퇴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힘과의 인연이 끝났다는 의미로, 대선 후 다시 정치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정계 일각에서는 홍 전 시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손을 잡고 복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홍 전 시장의 은퇴 선언 이후 그의 지지자들이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등 접점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홍 전 시장의 정책통으로 활동했던 이병태 전 카이스트 교수가 민주당 중앙선대위로 합류하려고 하다가 과거 발언 때문에 불발되기도 했다.
홍 전 시장도 본인의 정계 입문 당시를 회상하며 "정치를 모를 때 노무현 전 대통령 권유 따라 꼬마 민주당을 갔다면 이런 의리, 도리,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당에서 오랫동안 가슴앓이는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언급하며 이같은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일부 언론에서 이 후보 측 인사가 홍 전 시장에게 이 후보의 당선 시 국무총리직을 맡을 수 있는지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양측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한편 이재명 후보는 이날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에서 선거 유세를 진행한 후 기자들과 만나 홍 전 시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엄청난 자괴감을 갖게 되신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점점 더 통상적 의미의 보수 정당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신 게 아닌가 싶다. 안타깝다"고 공감을 표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에서 경선에 탈락 후 정계은퇴 의사를 밝힌 홍준표 후보가 기념촬영 무대에서 내려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