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책임있는 정당 단일화 운운은 지탄대상"
"김 비대위원장, 주체적 판단 내릴 위치 아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사실상 무산된 '빅텐트'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 때 정치적 동지였던 김용태 국민의힘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히면서 가능성을 차단했다.
이 후보는 15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의 막판 단일화에 대해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가 할 일이 없어 보인다. 전혀 만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본인 주도 단일화를 제안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도 "전혀 없다"고 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전날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이긴다는 확신이 들면 이 후보 쪽에서 먼저 단일화를 걸어올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한 데 대해 명확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이 후보는 "김문수 후보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소위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넌 따라오면 돼)식의 단일화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고, 이런 주장 자체가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준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민의힘과 같이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해서 책임이 있는 정당이 단일화를 운운하면서 정치공학적 요구를 하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계속 지탄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탈당 여부는 더이상 대선의 변수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탈당이 아니라 이미 계엄이 터진 12월 3일 이후에 바로 제명을 했었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것 하나 명쾌하게 결정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이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정치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같은 날 이데일리 유튜브 '신율의 이슈메이커'에도 출연해 "물론 김 비대위원장이 개혁적이고 젊은 정치인이긴 하지만, 현재로선 역할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저와의 대화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김 비대위원장은 주체적으로 정치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고 했다.
최근 국민의힘은 이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해왔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은 같은 날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과거 우리 당 대표로서 2차례 전국단위 선거를 승리로 이끌며 개혁정치를 실천해온 인물"이라며 "공식 사과·징계 취소·복권·당 개혁선언을 제안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2023년 11월 2일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1호 혁신안으로 제안한 대사면 과정에서 이 후보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징계를 취소한 적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공동선대위원장의 제안은 선언적인 성격이 짙다.
한편 국민의힘은 경선을 같이 했던 후보들을 끌어안는 작업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다른 당 후보와의 단일화도 중요하지만, 선대위 안에 경선을 함께한 분들을 모시는 게 선결 과제"라며 "김 후보와 상의해서 정중히 예우를 갖춰 모실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경우 그가 제안한 혁신방안에 진정성 있는 자세로 응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선대위 참여를 요청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다. 탈당 뒤 미국 하와이에 체류 중인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관련해서도 정중하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15일 중구 서울역 공간모아에서 열린 '대한초등교사협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